'한반도기' 거부하는 보수, 왜?
[경향신문] ㆍ보수정부서 탄생한 단일기…“북핵 묵인” 빌미로 쟁점화
보수야당이 16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기’(사진)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날 국회 평창 올림픽 특별위원회에서 남북 선수단이 개막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자, 반박한 것이다.
핵을 가진 북한과 공동 깃발을 들 수 없다는 것이지만 보수정권에서 탄생했고 남북 스포츠·문화 교류에 수차례 등장했던 한반도기를 문제 삼는 것은 이념공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도종환 장관 발언을 거론하면서 “즉각 취소하고 태극기를 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며 “남남갈등을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 장관이 부추기는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북한과 한반도기를 쓰고 단일팀을 하는 것은 북핵 묵인이란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에서도 “스스로 태극기를 포기하겠다니 과연 제정신인가”(심재철 의원)라는 비판이 나왔다.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평화 홍보 드라마 연출에만 혈안이 돼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과 기회, 그리고 생명마저 내팽개치려는 정부의 평화 구걸 행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반도기는 스포츠 행사에서 남북 화합의 상징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특히 보수정권인 노태우 정부에서 한반도기가 탄생했다. 영화 <코리아>의 소재로 친숙한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 여자 단일팀의 우승 시상식장에 최초로 한반도기가 걸렸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9차례의 남북 공동입장에서 한반도기가 펄럭였다.
보수진영의 한반도기 쟁점화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를 내세웠지만 여권이 중심에 선 평화무드를 견제하고 사실상 보수를 결집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위장 평화” “평화 홍보 드라마” 등의 표현을 동원해 여권을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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