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2터미널 '개장 잔치' 면세점 직원엔 '우울한 잔치'

이유진 기자 2018. 1. 1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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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식 개장을 사흘 앞둔 15일 오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관제탑에서 바라본 계류장의 모습. 연면적 38만7000㎡ 규모의 제2여객터미널이 운영되면 인천공항은 연간 7200만명의 이용자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오는 18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화려한 개장을 앞두고 있지만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한 면세점은 개장 준비를 이유로 출근 시간을 크게 앞당겨 제2터미널 직원들이 사실상 개장 전날 공항에서 잠을 자야 하고, 또 다른 면세점은 제1터미널 직원들이 출퇴근에 이용하는 셔틀버스 축소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16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에 따르면 신라면세점 측은 지난 15일 제2터미널 직원들에게 개장일인 18일 오전 4시 출근을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에서 면세점 측은 ‘오픈 전 긴급상황 대처 및 원활한 오픈을 위한 협조 요청을 드린다’는 내용과 함께 오픈 시간을 오전 6시로, 출근 시간은 오전 4시라고 명시했다.

오전 4시는 평소 출근 시간보다 약 2시간30분을 앞당긴 것으로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시간이다. 신라면세점 직원 ㄱ씨는 “갑작스러운 통보였다”며 “출근 걱정은 물론 오전 4시에 출근해 하루종일 일할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오전 4시 출근은 오픈 준비로 인한 일시적 조치”라며 “그 시간에 출근이 가능한 직원들은 출근을 하고 그렇지 못하면 전날 공항에서 잠을 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라면세점 측은 당일 직원들의 조기 출근이나 전날 숙박을 위한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개장을 앞두고 근심에 싸인 건 이들만이 아니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1일 제1터미널 직원들에게 직원용 셔틀버스 운행 노선을 변경·축소한다는 공지를 내렸다.

면세점 측은 “셔틀버스 운영 효율화를 위해 부득이하게 조정을 실시한다”며 기존에 운영되던 45인승과 25인승 버스 2대를 오는 18일부터 45인승 1대로 축소 운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버스 운행횟수도 1일 4회 A조·C조 출퇴근 시간 모두 운영하던 것을 2월1일부터 1일 2회 A조는 출근 시간만, C조는 퇴근 시간만 이용하도록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면세점 노동자들은 “화려하게 개장하는 제2터미널과는 대조적으로 제1터미널 직원들은 출퇴근의 고민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도심에서 40~50㎞나 떨어진 인천공항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원활치도 않은 새벽·심야대에 출퇴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셔틀버스 문제는 너무나 절실하고 중대한 사안”이라며 셔틀버스 축소를 재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신세계면세점에서 일하는 서비스노동자 수는 지난해 8월 기준 896명으로 이 중 600여명이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김성원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제2터미널이 개장하면 면세점들은 제2터미널 직원들을 위한 셔틀버스를 따로 운영하도록 돼 있다”며 “면세점 측이 이에 따른 비용 발생을 제1여객터미널 직원들이 이용하는 셔틀버스 비용 절감을 통해 보전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신세계면세점은 일단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직원용 셔틀버스 운행 계획안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 하나를 직원이 실수로 공지한 것”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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