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현대·전통이 공존하는 마법 같은 나라
2년전부터 한국서 모델로 활약..한국이미지상 수상자로도 선정
■ 60만 폴로어 인스타그램서 한국 알리는 안젤리나 다닐로바
러시아에서 온 소녀 입에서 한국 지명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안젤리나 다닐로바(22)의 인스타그램에는 '감천문화마을' '여의도 한강공원' '경남 하동 드라마 촬영장' 등 전국 방방곡곡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가득하다. 한국인인 기자에게도 낯선 장소가 많아 '어디서 찍었냐'고 되물어야 했다.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한국은 정말 마법(magical) 같은 나라예요. 모던한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는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직접 담그는 식초 간장 등을 맛볼 수 있잖아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다닐로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폴로어 60만명을 거느리고 있다. 뽀얀 피부에 크고 깊은 눈, 키 170㎝가 넘는 호리호리한 체형…. 동화 속 공주님이 책 속에서 방금 뛰쳐나온 듯한 외모다. 다닐로바는 '러시아 엘프' '갓젤리나(GOD+안젤리나)'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쁜)' 같은 애칭으로 불린다. SNS상 인기에 힘입어 '바벨 250' '걸스다이어리 싱글백서' 등 TV 프로그램 출연에 이어 화장품 '바닐라코', 게임 '다섯왕국이야기' 등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닐로바의 SNS는 한국 음식·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사진을 올리면서부터 유명해졌다. 2014년 올린 러시아 한식집 찌개 '먹방' 사진이 '한국 남자랑 결혼하길 원하는 러시아 모델'이라며 사진과 전혀 상관없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한국 사이트에 소개됐다. SNS와 각종 인터넷 언론이 이 사진을 퍼날랐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3년 동안 폴로어가 2000명 수준이었는데 어느 날 들어와 보니 1만명, 며칠 뒤에는 2만명이 넘더라고요. 한국에서 갑자기 유명인이 됐더라고요."
"솔직히 '사기가 아닐까'라는 의심도 들었죠. 부모님은 어린 제가 혼자 낯선 타국으로 가는 데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평소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죠."
기획사 정보를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보고 부모님이랑 계약서를 꼼꼼히 살핀 뒤 결심을 했다. 그렇게 2년 전 한국에 첫발을 내딛고는 '한국 전도사'가 됐다. 한국에서 가본 여행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하나만 골라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대신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을 말해줬다. "러시아 친구들이 한국에 온다면 가장 먼저 한강에서 '치맥' 해야죠."
러시아에도 '한류 열풍'이 불까? 다닐로바는 "2년 전만 해도 친구들에게 K팝을 듣는다고 하면 '그게 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찾아 듣고 먼저 물어온다. 앞으로 더 많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와 어순이 다른 한국어는 어려웠다.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은 되는 것 같아요." 영어로 진행하던 인터뷰 도중에도 또박또박 자신을 한국어로 소개했다. 학원 한번 안 다녔지만 발음이 정확했다. 어려운 한국말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폴로어 60만명이 앞다퉈 통·번역을 도와줬단다. 러시아 때부터 즐겨 들었던 한국 음악도 큰 도움이 됐다. "외국 사람들이 K팝만 듣는 건 아니에요. 저는 '언더그라운드' 가수 노래를 더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이미 너무 유명해졌지만 딘, 자이언티, 혁오의 오랜 팬이죠."
최근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은 다닐로바를 '2018 한국이미지상'에 선정하며 "한국에 관한 콘텐츠를 청소년들에게 널리 알린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닐로바는 "그저 내가 보고 느낀 걸 올렸을 뿐"이라며 "내가 사랑하는 일로 사랑받다니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CICI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에서 다닐로바와 CJ그룹,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한불의원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아킴 손 포르제 프랑스 하원의원에게 상을 수여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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