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교육정책..'유치원 방과후 영어 금지' 없던 일로

김능현 기자 2018. 1.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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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정책을 전면 철회했다.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에 따라 유아 영어교육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불과 3주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명운이 걸린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여당의 만류로 정책을 철회하는 모양새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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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외면하고 여론수렴도 안해
이념 매몰된 탁상행정에 신뢰 뚝
교육부 '식물부서' 전락 우려도
바른정당 의원들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초등 1·2학년,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금지 정책의 문제점’ 긴급 간담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가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정책을 전면 철회했다.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에 따라 유아 영어교육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불과 3주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교육부는 16일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국민의 우려와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기준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영어 금지 정책의 ‘보류’인지 ‘철회’인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철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익현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아이들의 발달을 저해할 우려가 큰 사항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한 가지 방안만 논의해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 의견을 들으면서 열린 마음으로 개선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철회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유치원은 허용되는 영어교육이 초등 1·2학년에서는 금지되는 ‘이상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금지를 밀어붙이려면 사전에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쳤어야 했는데 이를 건너뛰고 유아교육 혁신방안에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가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오락가락 정책은 이번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 논란이다.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추진하다 여론의 반발에 밀려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국가교육회의에 ‘공’을 넘겨 버렸다. 자사고·외고 폐지도 ‘우선 선발권 삭제’로 한발 후퇴한 채 국가교육회의로 최종 결론을 미뤘다. 최근에는 교장 공모제 확대 등과 관련해 교육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교육부의 ‘불통’은 올해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한층 부각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명운이 걸린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여당의 만류로 정책을 철회하는 모양새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서 교육부가 식물부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더 이상 교육부의 정책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 지역 ‘맘 카페’의 한 학부모는 “정부가 ‘흙수저’들의 삶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교육부는 앞으로 누리과정(만3∼5세 교육과정) 개편과 연계해 특성화 프로그램 위주의 놀이 중심으로 영어교육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고액 방과 후 영어교습비와 영어학원과 연계한 편법운영, 장시간 수업 등에 대해 상시 점검단을 만들어 지도·감독할 방침이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사설 영어학원에 대해서도 ‘영어유치원’ 등 명칭 불법 사용, 안전시설 미비 등에 대한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교육부는 또 올해 말까지 모든 학생에게 양질의 학교 영어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수능영어 절대평가 전환 등에 맞춰 초등 3학년부터 별도의 사교육 없이도 충분한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는 취지다.

/김능현·진동영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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