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회장 등 고소한 현대상선… ‘독자노선’ 걷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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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기자회견 통해 입장 밝혀
“불리한 계약에 부담만 안아”
작년 로고 바꾸며 ‘거리 두기’

현대상선이 ‘전 오너’였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을 고소한 것은 현대그룹과 선을 그어가며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대상선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회장 등 현대그룹 임원 5명에 대한 고소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다. 장진석 현대상선 준법경영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부담은 현대상선이 떠안고 이익은 현대그룹 쪽이 가져가는 구조가 계속됐다”며 “많은 고민을 했지만 오랜 검토 결과, 고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상선은 현 회장 등이 지난 2014년 자사가 최대 주주였던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를 매각할 때 현대상선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실행했다며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15일 고소했다.

장 실장은 “현대그룹은 이사회를 통해 자회사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당시 현대상선이 1094억 원 상당의 후순위 투자를 하게 했는데, 기업 가치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투자금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며 “현 회장 등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가격을 올리기 위해 현대상선이 5년간 국내외 운송 사업에서 현대로지스틱스만을 이용하도록 했고, 영업이익 162억 원 상당을 우리가 보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계약 상황 등을 검토한 결과 소득 가능성이 없는데도 투자를 진행했던 정황이 포착됐다”며 “그 이후 현대상선은 계속되는 피해로 기업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의 이번 고소는 손해를 바로잡겠다는 계산 외에도 기존 오너였던 현대가에서 독립해 새 주인을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6년 7월 채권단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이 현대그룹에서 KDB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이에 현대그룹 및 현 회장과 거리를 두고, 기존 경영진과의 연결고리를 단절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상선은 지난해 9월부터 컨테이너 등의 ‘현대상선’ 로고를 지우고 영문 이니셜인 ‘HMM(Hyundai Merchant Marine)’을 사용하며 현대와의 ‘거리 두기’를 해가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전부터 현대상선과 HMM 두 로고를 함께 쓰면서 해외 바이어들이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HMM이 많이 알려진 데다 현대상선이란 이름은 최근 부실 상황 때문에 해외에서의 기업 이미지도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