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는 1억 벌었는데.." 나도 비트코인 우울증?

한지연 기자 2018. 1. 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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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투자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면서 '코인 우울증' 현상이 퍼지고 있다.

'비트코인 블루'라고도 불리는 우울증 현상은 △'투자금을 잃어서' △'그때 조금 더 많이 투자했더라면' △'나도 진작 넣을걸'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상통화 시장에 투자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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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일하는 것보다 큰 수익 얻었단 말에 상대적 박탈감..'일의 가치' 상기해야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직장 상사는 리플로 900만원을 벌었고, 친구는 비트코인으로 300만원을 벌었다더라." 직장인 이모씨(29)는 가상통화(암호화폐) 투자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곳곳에서 듣자 우울감에 빠졌다. 이씨는 "'주변인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 때 나도 들어갔더라면 한 달 월급 이상을 벌었을텐데'라는 생각에 후회가 밀려온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투자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면서 '코인 우울증' 현상이 퍼지고 있다. 최근엔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규제에 대한 걱정도 추가됐다. '비트코인 블루'라고도 불리는 우울증 현상은 △'투자금을 잃어서' △'그때 조금 더 많이 투자했더라면' △'나도 진작 넣을걸'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상통화 시장에 투자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대표적인 증상은 근로의욕 저하, 예민해지는 신경, 상대적 박탈감 등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사람인이 직장인 94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7일 조사한 결과 응답자 31.3%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투자 이유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54.2%)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평균 투자 금액은 566만원이었다.

코인 우울증을 겪는 많은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저하를 느끼고 있다. 이씨는 "한번에 몇백만원씩 벌었다는 동료들 말을 들으면 묵묵히 일하고 있는 내가 바보가 된 것 같다"며 "월급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무기력감을 호소했다.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초 여자친구와 함께 각각 3000만원씩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며 "나는 가격이 원금보다 떨어지자 불안해 빨리 빼버린 반면 계속 넣어둔 여자친구는 1억원을 벌었다"고 말했다. A씨는 "'조금 더 버틸걸'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힘들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으로 340억원을 벌었다는 인증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비트코인으로 수익을 얻은 사람들도 우울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비트코인으로 꽤 쏠쏠한 이익을 맛봤다는 김모씨(28)는 "종잣돈이 없어 조금밖에 투자할 수 없었다"며 "애초에 자본금이 많은 사람은 같은 수익률에도 엄청난 돈을 버는걸 보고 있자니, 개미 투자자인 나는 돈을 벌면서도 우울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가상통화 시장 등락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며 "비트코인때문에 입맛이 없다"고 토로했다. B씨는 그러면서도 "1분마다 휴대폰을 확인한다"며 "휴대폰을 못 보는 상황이라도 생기면 불안감에 휩싸인다"고 덧붙였다. 일상생활을 잊고 휴대폰이나 컴퓨터만을 들여다보며 가상통화 시세에만 심취한 사람을 '비트코인 좀비'라 부른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시대를 살고 있는 2030세대가 수익률이 큰 암호화폐 투자를 마지막 계층이동 사다리로 생각해 이를 놓칠까봐 두려워한다고 분석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투자자들이 화를 내며 반발하는 등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도 코인 우울증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은 수익률이 높고 결과도 빨리 확인할 수 있어, 수익률이 낮고 이득을 보기까지 1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적금 등의 일반 재테크를 하던 사람들이 허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코인우울증으로 근로의욕이 저하되는 현상에 대해 "이번 기회에 일하는 의미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직업이 개인에게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며, 사회에도 기여하는 가치있는 활동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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