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뉴스]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누구의 책임인가..근본 문제는 '인력 부족'

홍진수 기자 2018. 1. 16.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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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12월17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대회의실에서 정혜원 이대목동병원 병원장(가운데)과 의료진이 신생아 사망사고 관련 브리핑에 앞서 사과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지난해 12월16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목동병원(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연쇄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사망 원인을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진이 사망한 신생아들에게 영양주사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세균 감염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죠. 즉 의료진의 과실이 신생아들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주사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책임이 있는 간호사 2명과 이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 위반 등 혐의가 있는 수간호사·전공의·주치의 3명 등 도합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기로 했습니다.

경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들 주사 감염” 병원 과실에 무게

경찰이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대한간호협회는 바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간호협회는 “먼저 소중한 어린생명을 잃고 눈물과 고통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 분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 “경찰의 (수사결과)발표는 향후 의료인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을 기해야 하며 위와 같은 결정에 앞서 정확한 사실 규명과 철저한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동안 열악한 신생아 중환자실의 의료환경을 위한 국가의 투자는 오로지 시설과 장비에만 쏟아졌고 병상증가에만 치중하여 시스템 개선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번 신생아 집단 사망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병원의 중환자실 인력과 장비, 근무조건 기준을 현행보다 대폭 강화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같은 병실, 같은 구역서 심정지…심폐소생술도 소용 없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냈습니다. 의사협회는 “결과적으로 NICU(신생아 중환자실) 감염 관리를 부실하게 한 해당 병원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골탈태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며, 우리협회에서도 의료인 과실에 대한 부분이 있다면 내부 자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 전제한 뒤 “그러나 특정 병원과 특정 의료진의 잘못으로만 이 사건의 원인을 단정 짓는 것은 무리다. 해당 병원 NICU는 5명이 할 일을 2명이 감당하고 있었고 당직근무 체계조차 무너진 상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부는 일선 의료현장의 감염관리 인력과 장비 및 재료, 시스템 등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여 현실에 맞게 질 관리 수준을 대폭 향상시켜야 한다”며 “감염관리를 위해 투자하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국가가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며, 그에 따른 충분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암시민연대, 대한건선협회)는 15일 성명을 냈습니다. 똑같은 경찰의 수사결과를 놓고 낸 성명이지만 의료인들과는 시선이 다릅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간호사들의 부주의로 지질영양주사제 분주나 주사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지균 감염이 발생하였고, 패혈증 증상을 보인 환아 4명을 중환자실에서 집중 관찰해 사전에 발견하고 치료해야할 법정 당직의사 5명 중 3명은 병원에 아예 출근조차하지 않거나 늦게 출근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일벌백계(一罰百戒)로 타 병원들과 전국의 의료인들에게 경각심을 주어 재발 방지에 더욱 힘쓰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료진들은 ‘부실한 시스템과 이를 초래한 정부의 정책’을, 환자들은 ‘의료진의 부주의’를 신생아 사망사고의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들의 성명서를 다시 천천히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지목하고 있는 원인이 하나 또 나옵니다. 바로 ‘부족한 의료진’입니다. 신생아중환자실의 고질적인 의료진 부족문제가 결국 ‘예견된 참사’를 현실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15일 낸 성명서를 보면 ‘전국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정부지원은 2011년 이후 6년간 동결됐습니다. 그 결과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연간 20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운영되고 있으며, 미숙아는 늘어나는데 신생아중환자실은 턱없이 부족해 모든 신생아중환자실이 과부하에 걸려있습니다.

환자단체연합회도 같은 문제를 성명서에서 지적했습니다. 연합회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전담 전문의나 전공의, 전담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의 부족이 더 큰 문제”라며 “만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법령에서 규정한 대로 전담 전문의나 전공의 5명 모두 근무하였다면 조기에 환아들의 감염이나 패혈증 증상을 찾아 집단사망이라는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19일 경찰 의료수사전단팀원들과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이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서울대병원이 2016년 11월 복지부에 제출한 연구 용역 보고서(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의 운영 성과 평가에 관한 연구)를 보면 신생아 중환자실 전문의 수는 2011년 병상 1개당 0.12명에서 2015년 0.11명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간호사 수도 병상당 1.18명에서 1.04명으로 줄고, 전공의 역시 0.13명에서 0.12명으로 감소했습니다.

[한국일보]신생아 중환자실 열악? 지원문제 아닌 인력부족 탓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수가 2011년 1299병상에서 2015년 1716병상으로 32% 늘어났지만 전문의나 전공의, 간호사 수는 16~22%만 증가했습니다. 늘어난 병상만큼 의료진 인력이 충원되지 않았고, 기존 인력의 업무가 가중됐다는 의미입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 참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사망사건 사례검토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제도·정책·법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유사한 사례로 2016년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예를 들었습니다.

2016년 10월 말 2살 김모군은 후진하는 견인트럭에 치인 뒤 골든타임내에 전북대병원 응급실에 실려왔습니다. 그러나 전북대병원에는 치료할 의사가 없었고 다른 병원들도 전원 요청을 거부해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복지부는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증외상환아 사망사건 사례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응급의료와 중증외상 관련 제도·정책·법률을 개선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주 내에 신생아 중환자실 감염관리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겠죠. 복지부가 신생아중환자실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 어떤 장기적 대책을 내놓을 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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