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주도, 日·中 '로봇' 두각.. CES서 드러난 4차혁명 경쟁구도
CES 2018 통해 본 IT 업체들 경쟁과 첨단 기술
일본·중국은 로봇·자율주행차
미국은 AI 부문서 두각 나타내
아마존 AI 플랫폼 ‘알렉사’에
‘구글 어시스턴트’가 도전장
가정·사무실·자동차 IoT 기기
삼성 ‘빅스비’ 등으로 연동시켜
LG, AI 플랫폼 ‘씽큐’ 홍보 주력
차업계 IT 기술력 한층 높아져
막연하게 여겨지던 인공지능(AI)과 로봇, 자율주행차가 일상생활에 스며들 날이 멀지 않았다. 12일(현지시간) 폐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새로워질 미래를 미리 확인하는 자리였다.
올해 CES에서는 미·중·일 등 주요국의 IT 기업부터 완성차 업체,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생활속에서 실현될 기술을 뽐냈다. 특히 미국은 AI, 일본과 중국은 로봇과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에 가장 눈길을 끈 건 미국 정보기술(IT) 공룡 구글과 아마존의 AI 플랫폼 경쟁이었다. 점유율 2위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앞세워 1위 아마존의 ‘알렉사’에 도전장을 던진 양상이었다. 구글은 CES 개막 전부터 전시장 안팎에 ‘아마존을 꺾고 AI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광고를 내걸어 아마존에 전쟁을 선포했다.
구글은 개막 다음날부터 ‘구글 갤러리’를 열고 구글 어시스턴트 홍보에 본격 나섰다. 구글 부스 입구에는 들어가려면 30분 이상 걸릴 정도로 대기 줄이 길었다. 부스에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LG전자의 TV와 스마트폰,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이 전시됐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돋보였다. 구글 어시스턴트에 명령만 내리면 집 안 플러그와 전기 스위치, 웹 카메라, 커피메이커, 수도꼭지를 모두 제어하는 모습이 시연됐다.
반면 이미 세계 AI 플랫폼을 주도하고 있는 아마존은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세를 과시하는 데 집중한 구글과 달리 아마존은 3평 남짓한 부스에서 조용히 행사를 치렀다. 하지만 존재감은 더 컸다. 주요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앞다퉈 알렉사를 탑재한 기기를 선보이기에 바빴다. 가전업체는 물론 완성차업체와 스타트업에서도 제품에 알렉사를 탑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방·욕실용품 회사인 퀼러컴퍼니는 욕실 거울에까지 알렉사를 적용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 스마트안경 제조업체 뷰직스도 알렉사와 연동한 증강현실(AR) 안경을 선보였다. 이 안경을 쓰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알렉사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이 알렉사를 탑재한 수많은 기기들로 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모기잡이 장치까지”라고 보도했다.
한국 IT 업체도 서둘러 아마존·구글의 뒤를 쫓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AI 플랫폼 ‘빅스비’와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가정, 사무실, 자동차에 탑재된 IoT 기기를 모두 연동한다고 밝혔다. 또 2020년까지 삼성의 전체 스마트 기기에 AI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구글이나 아마존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제조업이라는 이점을 살리면 추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도 AI 플랫폼 ‘씽큐’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다만 독자 노선을 고집한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씽큐에 아마존과 구글 등의 AI 서비스도 적극 채택하기로 했다. 제품 기능과 밀접한 서비스나 사용자에게 맞춤 기능을 제공하는 역할은 씽큐에 맡기고, 웹 검색 등 일반적인 정보 전달 기능은 협력사의 AI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은 로봇 분야에서 저력을 보였다. 혼다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로봇의 콘셉트 모델 ‘3E 로보틱스 콘셉트’ 4종을 공개했다. 로봇이 재난 등 특수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람과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험지 등에서 혼자 무거운 짐을 싣고 이동하는 다륜형 원동기(ATV) 로봇과 실내외에서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이동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휠체어 로봇, 사람의 움직임을 학습하면서 음료 등 간단한 짐을 나르는 짐꾼 로봇, 공항이나 쇼핑몰에서 사람을 안내하고 사람과 소통하며 얼굴 표정을 바꿀 수 있는 도우미 로봇 등을 공개했다.
소니는 로봇 애완견 ‘아이보’ 신제품을 12년 만에 공개했다. 아이보는 2006년 소니가 사업 구조조정을 하며 생산이 끊겼던 제품이다. 이번에 공개한 아이보는 실제 애완견처럼 뛰어다니고 사람 말을 이해한다. 아울러 사람 목소리를 듣고 집안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기능도 갖췄다. 기존 아마존이나 구글이 선보인 AI 스피커에 애완견의 매력을 더한 셈이다. 아이보는 AI 기술을 활용해 심층 학습도 가능하다.
중국도 로봇 부문에서 물량공세를 폈다. CES 로봇관에 차려진 중국 기업의 부스는 20개로, 전체 참가 기업 36개의 반 이상이었다. 개별 로봇 제품으로는 아마존 알렉사와 연동해 중국 스타트업 ‘치한’이 만든 AI 생활로봇 ‘샌봇’이 관심을 끌었다. 샌봇은 음악을 틀어주거나 불을 켜고 끄는 일 등을 할 수 있다. 중국 로봇 업체 ‘아이팔’이 만든 교육용 로봇은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동영상 강의나 생활정보를 보여준다. 가위바위보 같은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다.
인간 모습을 모방한 휴머노이드 로봇도 전시됐다. 홍콩의 로봇 개발 업체 핸슨로보틱스는 60가지 표정을 짓고 대화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 ‘소피아’에 다리를 붙여 걷는 기능을 더해 공개했다. 핸슨로보틱스는 소피아가 전시회에서 시속 0.96㎞로 걷는 모습을 시연했다.
한국에서는 유진로봇과 한컴을 포함해 37개 로봇 제조 전문업체가 AI 기술을 적용한 로봇 등을 선보였다. LG전자도 호텔이나 공항 라운지에서 음료수를 실어나르는 서빙 로봇 등 신규 콘셉트 로봇 3종을 공개했다.
올해 CES에서는 완성차업체의 IT 기술력이 지난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 도요타는 전시장 입구에 도시형 다목적 자율주행 콘셉트카 ‘이팔레트’를 내세워 주목받았다. 도요타는 이팔레트가 도시를 자율주행하며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류 배송, 음식 배달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혼다는 영상을 통해 소형 자율주행 이동체를 소개했다. 영상에는 등산객이 스마트워치로 멀리 떨어진 차량을 호출하자 이동체가 알아서 주인을 찾아와 주인의 짐을 대신 지고 가는 모습이 담겼다.
‘디지털 굴기’를 표방한 중국의 성장세도 거셌다. 올해 CES에 참가한 전체 기업의 4분의 1 이상이 중국 기업(1300여곳)이었다. 이 가운데 500개 이상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에서 왔다. 특히 중국 최대 포털 업체 바이두는 AI 기술 기반의 독자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 2.0’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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