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탁 위 돼지 뭘 먹였을까.. 블록체인은 바로 안다

박건형 기자 2018. 1. 1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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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정보 실시간 파악하고 해킹 안되는 신기술.. 월마트·코닥·도요타 등 발빠른 도입
월마트, 농가에 사물인터넷 센서.. 도축방식·창고온도 곧바로 체크
코닥,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통해 소비자·작가 사진 직거래 추진
도요타도 차량 공유 시스템에 활용

세계 최대 유통 기업인 월마트는 1996년 중국에 진출한 뒤 불량 식품 유통으로 여러 차례 타격을 입었다. 아무리 납품 업체 관리를 강화해도 중국 업체들의 불량한 위생 상태와 가짜 식품을 완벽하게 걸러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主食)인 돼지고기의 위생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월마트는 최근 미국 IBM과 함께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냈다. 식재료가 어떤 환경에서 생산되고,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쳐 매장까지 들어오는지 실시간으로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새로운 데이터 저장 방식을 도입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금융·물류·의료·콘텐츠 혁명 이끄는 블록체인 월마트는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축산 농가와 보관 창고, 트럭·항공 등 운송 경로 전체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했다. 먹이는 뭘 먹었는지, 어떻게 도축됐는지, 보관 창고의 온도는 적정한지 등 관련 정보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월마트와 관련된 모든 납품 업체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대형 컴퓨터)가 아닌 네트워크상에 있는 모든 컴퓨터에 같은 복사본을 만들어 저장하기 때문에 참여자 누구나 생산·유통 과정의 문제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 수많은 복사본을 한꺼번에 조작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거래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블록체인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실장은 "한국은 가상 화폐에만 관심이 쏠려 있지만 블록체인은 금융·물류·의료·콘텐츠 등 수많은 산업의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신기술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해운 회사 머스크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선박 물류 시스템을 개발해 최근 시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건을 옮기려고 주문을 넣는 순간부터 모든 과정이 선주, 세관, 항만, 보험사 등 모든 관련자에게 실시간으로 보내져 저장된다. 별도의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거나 선적 리스트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서류가 전혀 필요 없는 물류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도요타는 차량 공유 시스템에, 코닥은 사진 거래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료와 보험 등도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인의 의료 정보 전체를 블록체인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개개인의 의료 정보를 블록으로 쌓아두면 의사와 병원은 그 사람의 모든 병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병원을 옮기면서 매번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고, 보험사들이 고객들의 건강 이력을 쉽게 파악할 수도 있다.

중고차·보험 청구 등 국내서도 활용 범위 넓어져

해외에 비해서는 다소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SDS는 서울시와 손잡고 '장안평 중고차 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구매자가 품질을 확인할 수 없어 불량품을 고가에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전형적인 '레몬 마켓'이다. 차량이 침수(浸水)됐거나 사고 이력이 있는지, 주행 거리가 짧게 조작되진 않았는지 소비자는 도무지 알 방법이 없다. 판매자가 '무사고'라고 하면 찜찜해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삼성SDS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수리·사고 이력을 투명하게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실손의료보험' 청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작년 말부터 일부 병원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병원에 진료비를 먼저 낸 뒤 진료 기록 사본과 보험금 청구서를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청구해야 했다. 새 블록체인 방식은 환자와 병원, 보험사가 진료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환자가 병원에 진료비를 낼 때 '보험금을 청구하겠다'는 의사만 밝히면 모든 정보가 원스톱으로 보험사에 전달돼 실시간으로 검증된다. 이 같은 진행 과정은 차곡차곡 블록체인에 기록돼 투명하게 관리된다. 김수형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인증기술연구실장은 "블록체인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 모두가 동등한 권한을 갖고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분산형 네트워크 기술"이라며 "잘 활용하면 모든 산업을 혁신할 인프라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blockchain) 특정 데이터를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사용자 컴퓨터에 분산 저장해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든 것이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다. 가상 화폐 거래 내역 등 데이터가 담긴 블록(block)을 잇따라 연결(chain)한 모음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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