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정원 직원 "이용훈 대법원장 달걀 투척도 국정원 계획"

이혜리 기자 2018. 1. 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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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0년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에 보수단체가 달걀을 투척한 사건도 국가정보원이 꾸민 일이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법원에서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올 때마다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시켜 반대 광고를 싣고, 항의 시위를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67)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때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살펴본 뒤 “좌파들 글이 이렇게 넘치는데 심리전단 직원들은 뭐하느냐”며 소리를 쳤다는 진술도 나왔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성옥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재판에서 검찰은 “보수단체가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달걀을 투척한 사건도 국정원에서 지원해준 관제시위가 맞다”는 내용의 국정원 팀장급 직원 윤모씨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 등 4명은 2010년 1월21일 오전 7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 근처의 한 육교 위에서 이 대법원장이 타고 있던 출근 차량에 달걀 4개를 던졌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벌어진 사건이었다. 이들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윤씨는 검찰에서 “원세훈 전 원장 지시에 의해 이뤄진 어버이연합의 관제시위가 맞고 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이라는 점에서 매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보수단체들이 법원 판결에 반대하는 광고를 잇따라 게재한 것도 국정원이 배경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단체인 자유주의진보연합을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 박모씨는 검찰에서 2009년 12월 보수매체에 게재된 ‘법조계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는 해체해야 합니다’ 광고와 관련해 “정부에 불리한 판결이 자꾸 나오니까 우리법연구회에 원 전 원장이 관심을 가졌다”며 “우리법연구회를 최대한 압박하고 진보적인 판결을 적극 알리라는 지시가 있었고 자유주의진보연합 명의로 광고가 게시됐다”고 설명했다.

이듬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온 뒤 보수단체가 게재한 ‘빨치산 교육도 무죄였습니다’라는 광고에 대해서도 박씨는 “원 전 원장은 이런 판결이 우리법연구회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게재를 지시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원 전 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댓글을 통한 여론전 뿐만 아니라 보수단체 집회 등도 적극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씨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국정원은 좌파 대응 논리 개발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다가 서거 이후 ‘민주화의 선봉장’이라며 달라진 평가를 하는 야당과 진보매체들의 이중성을 지적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유성옥 전 심리전단장은 검찰에서 “2010년 5월경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때 원 전 원장이 다음 아고라에 들어가 살펴본 뒤 ‘좌파들 글이 이렇게 넘치는데 심리전단 직원들은 뭐하느냐’며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놔두면 좌파들에게 정권이 넘어갈 수 있으니 신속히 대응하라’고 원 전 원장이 인터폰으로 지시했다는 게 유 전 단장 진술이다.

어버이연합을 담당한 다른 국정원 직원 박모씨도 검찰 조사에서 “2011년 5월에도 (보수단체를 통해)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해 집회를 열었다”며 “2010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관련해서도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게 요청해 반대집회를 개최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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