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호야→이호원, 오해를 허무는 과정 [인터뷰]

윤혜영 2018. 1. 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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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원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이호원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이호원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이호원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좀체 종잡을 수 없었다.

'이제 좀 알 것 같다' 싶다가도 잡으려는 순간, 한 발짝 멀어져 다른 모습을 꺼내놓는 가수 겸 배우 이호원에게는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묘한 끌림이 있었다. 애늙은이처럼 진지하게 소신을 전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아무렇지 않게 눙을 치는 말투라든가, 누가 봐도 웃기려고 작정한 말들을 쭉 늘어놓고도 정작 자신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는 모양새라든가. 그러면서도 얼굴은 도무지 숨기질 못하겠는지 위아래로 미세하게 그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꽤나 능청스러운 완급 조절이었다.

그의 행보도 그랬다. 17세 때 고등학교를 자퇴할 정도로 '음악'에 미쳐 있었던 이호원은 인피니트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배우 소속사에 둥지를 틀더니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고, 갑작스레 뮤지컬에 발을 들였다. 태생부터 쫓아왔던 음악을 놓으려는 듯한 움직임이라니. 호야가 이호원으로 넘어오는 순간은 온통 의문 투성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가 '혼자'를 선택한 이유를. 이호원은 "한마디로 얘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지만 전 회사와 방향성이 맞지 않았고, 여러 복잡한 상황이 있었다"며 "개인으로 봤을 때는 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부분이 컸다"고 했다.

"과정은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었는데 속사정을 말씀드리면 혼자 회사를 작게 만들 생각도 하고, 아예 연예인을 그만 두고 댄스 학원을 만들까 생각도 했어요. 고민이 많았죠. 실은 가수 회사에서도 연락이 왔었어요. 근데 계약 조건에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넣어도 회사라는 게 돈을 벌어야 되는 거니까 맞춰줘야 되잖아요. 과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회사 대표님을 만났는데 '연기는 내 의견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음악은 난 터치하고 싶어도 알지를 못하니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하시더라고요. '잘 됐다' 했죠. 혼자서 했으면 대출도 받아야 되는데 투자해주신다니까 망하든 말든 일단 하고 싶은 거 해보자 생각했어요."

결정의 순간, 이호원의 선택을 좌우했던 건 죽기 전 상상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7~80세 정도 됐을 때 가족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누워 있는 자신이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길 때 '그거 못해서 너무 아쉽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걸 다 해보자'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단다.

"사실은 나이가 많이 들어서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모르는 일이잖아요. 인생은. 요즘은 뭘 하나를 하더라도 남 눈치 안 보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려고 하고, 선택하고 나서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에릭남 형이 가르쳐준 방법인데 공책에 제일 하고 싶은 일, 제일 좋아하는 것, 다 포기해도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어떤 일을 할 때 제일 스트레스 받는지 다 적어보래요. 하루 종일 적어봤는데 제가 포기할 수 있다고 지운 게 돈, 명예, 인기였어요. 포기할 수 없는 게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이랑 팬들이었어요. '팬들을 더 만들겠어'가 아니라 저 좋아해줬던 사람들이요. 무언갈 선택해야 할 때는 역시 공책이 아닌가.(웃음)"

어느 그룹이든 멤버의 이탈은 팬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호야의 탈퇴 소식 역시 인피니트 팬들에게는 더없는 충격이었을 터. 다행히 팬들은 이호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응원을 보내 많은 이들의 귀감을 샀다. 그 역시 "많이 감동했다"며 당시를 되짚었다.

"저는 정말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런 팀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만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저 혼자라면 그렇게 절대 안 됐을 거고 이런 선택을 했을 땐 공책에 적었던 그 세 가지가 다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도 그렇고 다들 '너 나오면 할 일이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드라마에 캐스팅이 되는 것도 네가 거기 있기 때문이고, 팬들도 네가 좋아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느낌이 좋아서 그런 거다'고 했어요. 당연히 쉽게 포기는 못했죠. 하지만 포기하고 내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건데 그런 선택을 하고 나서도 저를 응원해준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끼고는 정말 많이 힘이 됐죠."

이호원은 홀로 서서 그렇게나 '하고 싶었던 음악'을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사실 이호원은 그의 첫 활동이 '음악'이길 내심 바랐다. 이호원이라는 사람이 무얼 하고 싶었던 건지 바로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행보"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유통사 계약 등 현실적인 장애물에 부딪혀 딜레이 됐고, 우선 드라마와 뮤지컬로 대중에 첫인사를 건네게 됐다.

"활동이 끝나는 대로 올 상반기 안에 제 앨범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 뮤지컬 하면서 잠도 못 자고 만들었거든요. 차에서 가사 쓰고, 드라마 촬영에서 쉴 때 안무 짜고. 몇 곡 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제 손을 거치다 보니까 오래 걸리는데 재밌어요. 다만 사람들이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뭘 좋아하시는지 잘 모르겠는데 잘 모르겠으니까 '우선은 내가 좋아하는 거 하자' 그런 마음이거든요. 좋아해주실 분이 있으면 감사한 거고 없으면 다음 기회를 노려야죠."

그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음악"은 R&B였다. R&B는 그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이호원은 "이상하게 어렸을 때부터 좋았다. 해운대 바다에 앉아서 이어폰을 꽂고 R&B를 듣고 있으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데 심장이 뛰면서 설렌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음악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었는데 '나중에 내가 이거 해보면 어떨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 걸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털어놨다.

이호원은 음악에 자신의 얘기들을 담았다. "그냥 남들 다 하는 말, 가사에 넣기 싫었다"는 그는 "인터뷰할 때도 남들 하듯이 안 하지 않냐. 저만의 스타일이 있듯이 노래도 제가 생각하는 것들, 제 경험들 녹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떤 거다'라고는 말씀 못 드려도 제 이야기라는 건 말씀드릴 수 있다"며 확신을 묻어냈다.

홀로서기 6개월, 이호원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저는 그대로인 것 같다"고 단언했다. 계획했던 대로 가고 있지는 않지만 최종 목표는 그대로기 때문에 문제없다며 "요즘의 가치관은 '헛된 꿈, 먼 미래 생각 안 하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즐기면서 잘 해내자'다. 사람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냐. 최근 한 가장 큰 고민이 아까 '라면 먹을까. 돈가스 먹을까'였다. 지금 당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뭐 먹을지가 중요했다. 돈가스를 선택했고, 후회 없다"며 달관한 듯 소위 '호드립'을 시전한 그였다.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하는 게 꿈이었는데 사람들에게 아직 못 들려줬지만 저는 이뤘거든요. 저만 듣고 있지만.(웃음) 요즘엔 맛있는 걸 먹고 싶어요. 늘 바쁘다 보니까 못 먹어본 게 많아요. 의식주가 가장 중요하니까 음식은 대표적으로 얘기한 거고 못 가본 곳에도 많이 가보려고요. 굳이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서울에도 못 가본 곳이 많거든요. 인간 이호원으로서 못 해본 걸 많이 해보려고요. 너무 성공만을 향해가느라 인간 이호원을 무시하고 연예인인 저만 대우해준 거 같아서. 인간으로서의 저를 존중할 생각입니다."

윤혜영 기자 ent@stoo.com
사진=방규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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