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잡학사전]왜 '좌빵우물'이란 테이블 매너가 생겼을까?

이현우 입력 2018. 1.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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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정식을 주는 레스토랑에 가면 테이블 매너 때문에 골치아픈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칼과 포크는 바깥쪽부터 쓰고, 냅킨은 접어서 3분의 1 정도만 무릎에 놓고 써야하며,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인 '물'은 반드시 내 오른쪽에 놓인 물잔을 써야한다는 등 규칙이 많다.

좌빵우물은 빵은 내 왼쪽, 물은 내 오른쪽에 놓인걸 집으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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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서양식 정식을 주는 레스토랑에 가면 테이블 매너 때문에 골치아픈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칼과 포크는 바깥쪽부터 쓰고, 냅킨은 접어서 3분의 1 정도만 무릎에 놓고 써야하며,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인 '물'은 반드시 내 오른쪽에 놓인 물잔을 써야한다는 등 규칙이 많다.

그래서 흔히 '좌빵우물'을 외어야 실수를 안한다고들 이야기한다. 좌빵우물은 빵은 내 왼쪽, 물은 내 오른쪽에 놓인걸 집으라는 의미다. 반대로 집으면 큰 실례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원탁형식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둘러앉으면 헷갈릴때가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좌빵우물일까? 여기에도 나름의 사연이 있다. 중세시대 서양을 지배했던 크리스트교의 영향이 녹아든 에티켓이기 때문이다. 사실 18세기 전까지 유럽에서는 대체로 맨손으로 식사를 했으며, 특히 빵은 무조건 손으로 집게 돼있었다. 칼로 썰어도 안되고, 이로 씹어서 뜯어도 안되고,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뜯게 돼있었는데, 이것은 빵이 상징하는 것이 '성체(聖體)'였기 때문이다.

크리스트교의 영성체 의식 때, 빵은 주님의 '몸', 포도주는 주님의 '피'로 보고 사제가 축성을 한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영성체를 진행했기 때문에 빵이 서양사회에서 지니는 의미는 다른 음식들보다 특별했다. 그러다보니 중세시대 이후 예절상 왼손으로 잡아서 오른손으로 뜯어서 먹게 돼있다보니 빵은 왼쪽에 놓고, 물이나 포도주는 오른쪽에 놓게 됐다고 한다.

사실 이 성체의식도 크리스트교의 각 종파마다 규칙이 상당히 다른 편이다. 로마 카톨릭과 그리스 정교회는 전통적으로 '화체설(transubstantiation)'이라 하여 사제가 축성한 빵과 포도주가 실제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뀐다고 보고, 이를 실제 성체와 성혈로 여긴다. 카톨릭에서는 평신도가 성체만을 모시고, 정교회에서는 빵을 포도주에 담가 성체와 성혈을 동시에 수저로 떠서 평신도에게 나눠주면서 성체와 성혈을 동시에 모시게 한다.

한편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신교 측은 교파마다 성체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면서 대체적으로 성체 성사를 카톨릭처럼 매 미사마다 하진 않는다. 루터파의 공재설(Consubstantiation), 성공회의 성사적 임재설, 장로교의 영적임재설, 침례교의 기념설 등 여러 해석으로 나뉘지만, 대체로 카톨릭처럼 사제의 축성으로 빵이 성체로 변하는 것을 인정하진 않고, 성체를 상징하는 수준 정도로 해석한다.

이보다 앞서 11세기, 카톨릭과 그리스 정교회가 갈라졌을 때는 성체성사에 쓸 빵에 누룩을 넣을지 말지를 놓고 다투기도 했다. 카톨릭에서는 예수의 최후의 만찬이 있던 날을 유태인들이 누룩을 넣지 않은 무교병을 먹는 유월절로 보고 오늘날에도 무교병을 쓰지만, 정교회에서는 유월절 전날로 해석해 누룩 넣은 빵을 쓴다. 이 빵 하나를 놓고 수백년 동안 얼마나 많은 교파간의 논쟁과 투쟁이 있어왔는지 살펴보면, 좌빵우물이란 에티켓이 결코 가벼운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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