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빅이슈 최초의 고양이 표지모델.. '히끄'가 등장했다

남소라 온라인기자 blanc@kyunghyang.com 2018. 1. 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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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 판매하는 잡지 빅이슈 표지에 사람이 아닌 고양이가 등장했다.

빅이슈는 다양한 분야의 재능기부자들에 의해 채워지고 판매는 노숙인들이 담당한다. 한 권에 5천 원씩이며, 판매 가격의 절반은 판매원들이 가져가 재활비로 쓰인다.

한국 빅이슈는 그간 유명인들의 재능기부로 표지를 꾸며왔다. 하지만 오늘(15일)발행된 171호 에는 최초로 사람이 아닌 고양이 ‘히끄’가 표지모델로 섰다.

빅이슈 홈페이지

2018년 개의 해를 맞아 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개’가 아닌 ‘고양이’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은 어떤 이유일까.

빅이슈코리아의 손유미 기자는 “빅이슈가 ‘홈리스’라는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분들이 판매하는 잡지인 만큼 모두가 강아지에 관심을 가질 때 우리는 고양이에 관심을 두고, 특히 길고양이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를 전했다.

손 기자는 히끄를 표지모델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히끄는 과거 길고양이였다가 이제는 관심과 사랑 속에서 지내고 있는 고양이”라며 “히끄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보여주는 생명체다. 모든 길고양이가 히끄처럼 가족을 만나거나 스타가 될 순 없을지라도 학대 혹은 방치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겨울 추위를 대비해 털찐 히끄가 목도리를 둘렀다. 이신아씨 제공

히끄는 제주도에 산다. ‘히끄 아부지’로 불리는 히끄의 반려인 이신아(33)씨는 히끄와의 삶을 담은 책 ‘히끄네 집’을 최근 출간하기도 했다. 이신아씨가 운영하는 히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계정은 10만 팔로워를 자랑하며, 히끄는 ‘인스타 스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히끄는 투실한 볼살에 약간은 날카로운 인상이 매력적인 흰 털 고양이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고양이의 성격과는 정 반대의 성격을 가졌다. 이신아씨는 히끄에 대해 ‘개냥이’같은 성격을 가졌다며 “마당 산책을 좋아하고, 저를 하루 종일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참견하는 고양이”라고 소개했다.

이씨는 히끄의 사진을 재능기부한 이유에 대해 “길 위의 삶을 살았던 히끄와 자립을 준비하는 홈리스 분들의 삶이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길 위에서 생활하던 히끄에게 집이 생겼듯, 가야하는 길을 몰라서 방황하던 저에게 히끄라는 집이 생겼듯, 추운 겨울 길 위에서 빅이슈를 판매하시는 분들에게도 희망이 되길 바라며 수락했다”고 말했다.

빅이슈 171호 ‘길 위의 고양이’ 표지로 선정된 사진은 지난해 9월 집 마당에서 이신아씨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제주도 풍광 속 히끄의 등 뒤로 보이는 집과, ‘들어와’라고 말하는 것 같은 히끄의 발짓이 보는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이신아씨는 사진에 대해 “담장 밖의 존재였던 히끄의 과거와 담장 안에서 생활하는 히끄의 현재가 ‘담장’이라는 상징적인 장소를 통해 잘 드러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히끄네 집’ 표지 사진 후보로 올랐다가 안타깝게 발탁되지 못한 사진”이라며 “사진의 의미가 좋아 망설이다 책이 2주나 미뤄질 정도였다”며 사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히끄의 단호해보이는 인상과 달리 귀여움이 넘치는 몸짓은 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한다. 이신아씨 제공

최근 제주도에 내린 폭설에 히끄는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다. 이신아씨는 오랜만에 눈 쌓인 마당에 설레며 히끄와 함께 마당 산책을 즐겼다고 전했다.

이신아씨는 “눈 위에 히끄 발도장도 찍어보고, 히끄는 눈이 포근한지 쌓인 눈 위에서 식빵을 굽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매일 밥을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들이 안 와서 걱정했지만, 눈이 멈추자 다시 찾아와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히끄 아부지 이신아씨는 인터뷰를 마치기에 앞서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고 알려왔다. 이신아씨가 보낸 메시지 전문을 아래에 옮긴다.

히끄는 유기묘였고, 성묘였고, 길고양이였고, 아팠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만났지만, 관심과 사랑으로 건강해졌고 예뻐졌습니다. 사람들은 현재의 건강하고 예쁜 모습을 보고 좋아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가 많습니다. 히끄가 저로 인해서 집이 생겼다고 하지만, 저 역시 히끄 덕분에 ‘행복한 집’이 생겼습니다. 펫샵에서 동물을 사지 않는 것, 유기묘나 성묘, 길고양이가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나 고양이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학대나 차별로 표출되면 안 됩니다. 많은 유기 동물들이 누구 때문에 생긴 걸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은 인간의 것만이 아닙니다. 동물들은 생과 사만 있습니다.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무조건 부정만 한다면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남소라 온라인기자 blan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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