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신경독성으로 작용하는 초미세먼지, 청소년 비행 야기한다

안영인 기자 입력 2018. 1. 15. 11:18 수정 2018. 1. 1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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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한파가 물러가니 이번에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명하던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뿌옇기만 하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는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발령됐다.

초미세먼지가 미세먼지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도 크기가 매우 작다는 점이다.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이하의 아주 작은 입자를 말하는데 사람 머리카락의 굵기가 50~70마이크로미터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초미세먼지의 크기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보다 적어도 1/20~1/30 이하일 정도로 작다.

초미세먼지가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크기가 작은 만큼 코나 기관지에서 많은 부분이 걸러지는 미세먼지와 달리 폐 속 깊숙이 침투할 뿐 아니라 혈관에도 침투해 우리 몸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심장병, 뇌졸중, 폐질환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스웨덴 공동연구팀은 최근 초미세먼지가 각종 청소년 비행(非行)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Younan et al., 2017).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 살고 있는 청소년 68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9살이 되는 해부터 조사를 시작했는데 18세까지 9년 동안 2~3년 간격으로 청소년들이 사기와 무단결석, 절도, 공공기물파손, 방화, 약물 남용 등 비행(非行)과 관련해 부모가 작성한 ‘아동 행동 평가척도(Child Behavior Checklist)’를 분석했다. 특히 25곳의 초미세먼지 관측 자료를 이용해 청소년들이 각각 거주하는 지역의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를 산출하고 청소년들이 초미세먼지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는지 분석했다. 물론 연구 대상자의 사회⋅경제적인 상황이나 민족성, 이웃 주민의 사회⋅경제적인 특성 등은 모두 보정했다.

분석결과 조사 대상 청소년의 75% 정도가 환경청(EPA)의 초미세먼지 대기환경 기준인 연평균 12㎍/㎥가 넘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고 어떤 경우는 환경기준의 2배가 넘는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초미세먼지가 청소년들의 비행에 미치는 영향은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양이 많아질수록 크게 나타났다. 오랜 기간 많이 노출되면 많이 노출될수록 청소년들의 비행이 일관 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여자보다는 남자,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난 청소년들에서 초미세먼지가 청소년들의 비행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당연할 수도 있지만 부모가 사회⋅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청소년과 부모 사이의 관계가 나쁜 가정일수록 초미세먼지가 청소년의 비행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났다. 열악한 가정환경이나 가족관계가 청소년들을 미세먼지에 더 취약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비행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인 LA 지역의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이 미세먼지에도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는 고속도로 주변 같은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이 비행에 연루되고 다시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이 초미세먼지의 신경독성 효과를 가중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까지 초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과 심장병 같은 심혈관질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제 뇌까지도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까지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확장하면 초미세먼지가 단순히 청소년 비행을 넘어 범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통계자료를 분석한 연구인만큼 생물학적이나 의학적으로 기전을 뚜렷하게 밝힌 것은 아니다. 특히 초미세먼지보다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이 청소년들의 비행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뇌까지 침투한 초미세먼지가 뇌에 염증을 일으켜 뇌 구조나 신경망을 손상시켜 뇌 발달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청소년 비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요소의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초미세먼지가 뇌에 신경독성으로 작용하는 영향이 충분히 크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최강한파가 물러가자 또다시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단순히 건강관리 차원을 넘어 사회정의나 불평등 해소, 그리고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를 지키는 차원에서의 접근도 필요해 보인다. 청소년 시기야말로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심리적으로 한 인간의 특성이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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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Diana Younan, Catherine Tuvblad, Meredith Franklin, Fred Lurmann, Lianfa Li, Jun Wu, Kiros Berhane, Laura A. Baker, Jiu-Chiuan Chen. Longitudinal Analysis of Particulate Air Pollutants and Adolescent Delinquent Behavior in Southern California. Journal of Abnormal Child Psychology, 2017; DOI: 10.1007/s10802-017-0367-5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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