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찰개혁위의 권고 내용, 청와대 지시 아니다"

위문희 2018. 1. 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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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4일 권력기관 개편 방향을 발표하며 경찰의 우선 조사 대상으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등 5대 사건을 명기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이들 사건이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과 시위대의 폭력시위 공방이 맞붙은 사안들이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사실상 과잉 진압 주장만을 받아들여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들 5대 사건은 지난해 경찰개혁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서도록 권고해 경찰이 조사에 들어갔거나 들어가는 사안"이라며 "청와대가 이들 사건에 대해 이날 다시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방침 첫 번째는 과거 적폐와의 철저한 단절과 청산”이라며 “모든 개혁안의 전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세 기관의 과거사 청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경우 현재 민간조사단 임용을 마치는 대로 진상조사가 개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경찰개혁위원회 권고로 지난해 8월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하고 실제 조사를 담당할 실무조사단 임용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서는 사안은 ▶백남기 농민 사망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평택 쌍용차 ▶용산 화재 사건 등이다.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경찰이 폭력·불법 집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생긴 사건들로 상당수 사건은 이미 재판까지 다 끝났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은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백남기씨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숨진 사건이다. 경찰의 물대포 사용이 적법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2014년 경남 밀양에선 한전이 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을 과잉 진압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주 강정마을 사건은 2007년 해군이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충돌을 빚었던 사건이다.

평택 쌍용차 사건은 2009년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노조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최루액 사용과 테이저건 사용 등이 논란이 됐다. 용산 참사 사건은 2009년 1월 철거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야권은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국가 권력기관을 어떻게 개혁하느냐가 중요한데 내용을 보면 결국 자신들의 한풀이 겸 정치 보복”이라며 “그 대표적인 게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용산 화재 참사 등 다섯 가지 사건 재조사”라고 말했다.

경찰 출신의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해 8월 출범한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그 법적 근거조차 미약한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마치 조사를 제대로 해야 경찰에 권한을 주겠다는 식으로 이 내용을 같이 발표하는 것 자체가 권력기관 개혁의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위문희·김경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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