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기치들고 '평창' 참여 압박..속끓는 재계
재계 관계자 "올해가 더 힘들 것" 한숨
"투자·고용 늘릴 수 없는 정책 내놓고
늘리라고 압박하면 어떻게 동참하나"
지난해 5월 등장한 새 정부는 이후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을 잇따라 들고 나왔다. 미국 등의 움직임과는 달리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올렸다. 최저임금도 16.4%나 올렸다. 오는 7월 1일부터는 근로시간 단축도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이런 분위기가 새해 들어서면 경제 살리기가 강조되면서 다소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의 메시지의 강도가 새해 들어서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자 기업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5대 그룹 고위 임원은 14일 새해 전망을 묻자 "(기업하기에) 부담은 커지고 숙제는 많아진다"며 "지난해보다 더 험난한 1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강공 일변도의 정책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와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늘리라고 하면 기업들이 정부 방침에 동참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하고 기업을 영속하려면 임금 같은 비용 요인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용이든 고용이든 어느 한쪽의 숨통은 터줘야 하는데 둘 다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경제단체의 관계자는 "정유라 승마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관련해 일부 기업은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며 "동계올림픽이 성공해야 한다는 데에는 재계도 이견이 있을 수 없겠으나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자발적으로 지원에 나설 분위기는 아니다"고 털어놨다.
재계의 속앓이가 깊어지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계·재계와 잇단 회동에 나선다. 15일 대한상의를 시작으로 닷새간 한국노총·경총·민노총·중소기업중앙회를 차례로 찾는다. 민주당은 '듣기 위해 간다'고 밝히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생산성 제고, 혁신성장 동력 방안 마련, 규제개혁 입법 등 산적한 민생현안을 위해 대타협의 열차를 출발시킬 것"이라며 "여당의 경청 행보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만남은 모두 발언만 공개한 뒤 비공개로 진행된다. 재계는 긴장한 채 여당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