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이전에 동국지도 있었다

박창욱 기자 2018. 1. 14. 08:01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케이옥션, 동국지도 등 올해 첫 경매 24일 개최
정상기식 동국지도 鄭尙驥式 東國地圖, 종이에 수묵담채, 각 107×70cm, 9점, 19세기. 케이옥션 제공 © News1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잘 알려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이전에 정상기의 '동국지도'가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동국지도를 뒤늦게 보고 '나라의 지형이 손바닥을 들여보는 것처럼 분명하다'는 영조의 감탄이 기록돼 있을 정도다.

18세기 '지도의 대가'로 불린 정상기가 제작한 동국지도는 조선 시대 정수인 대동여지도의 초석이 되었을 뿐 아니라 조선시대 지도의 판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유물이다. 한 장의 전국도와 도별로 나눈 팔도 지도로 구성된 총 9점의 채색 필사본이다. 정상기의 아들인 정항령(1700-?)이 보관하다 1757년 영조의 열람을 위해 정식으로 반입되었으며, 이에 감탄한 영조가 지도의 모사본을 홍문관과 비변사에 보관하도록 했다.

케이옥션에 따르면 동국지도는 평지가 많은 중국 도법 대신에 산이 많고 길이 굴곡이 심한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에 맞는 '백리 척 작도법'을 이용했다. 평지는 100리(약 40km)를 1척으로, 굴곡이 심한 곳은 120-130리를 1척으로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실제에 가까운 방위와 거리 계산을 가능하게 한 우리나라 최초의 지도라는 평가가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왜곡된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을 자세하고 정확히 표현해 국경을 구분, 조선 국토의 모습을 현대지도에 가깝게 담아냈다. 특히 동해에 울릉도와 독도를 명확히 그려 우리 고유 영토임을 증명했다.

또 도로의 중요도에 따라 붉은 실선의 굵기를 달리하고 산성, 봉수, 고갯길 등 다양한 기호와 도별로 다른 색을 사용했다. 2200여개의 지명을 알기 쉽게 표기함으로써 행정, 군사적 활용도를 높였다.

축적의 개념을 명확히 지도에 표시하고 사용을 일반화한 정상기의 동국지도는 그의 후손과 다른 지도 제작자들에 의해 수정, 보완되면서 조선 후기 지도사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됐다.

1834년 제작된 김정호의 '청구도'도 바로 정상기의 동국지도를 바탕으로 수정, 보완됐던 지도였다. 1861년 제작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역시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정상기의 동국지도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듯 동국지도는 조선 후기 지도제작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다.

케이옥션이 오는 24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여는 2018년의 첫 경매에는 동국지도 19세기 필사본을 비롯해 '효종어칠첩' '식물본초' 등 사료적인 가치가 높은 고미술 작품이 대거 출품된다.

효종대왕 1619 - 1659, 효종어필첩 孝宗御筆帖 종이에 먹, 각 41×27cm, 20면. 케이옥션 제공 © News1

효종어필첩은 효종(1619-1659)이 임금이 된 이후 직접 쓴 10여 수로 이뤄진 작품이다. 출품작의 겉 표지에는 '인효양왕어필'(仁孝兩王御筆)로 써있지만 실제 '열성어제'(列聖御製)를 찾아본 결과, 모두 효종의 글씨인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케이옥션은 설명했다. 열성어제는 역대 왕의 글을 정리한 책이다.

인조(仁祖)의 세 아들은 모두 글씨를 잘 썼는데, 그 중 글씨는 단연코 효종이 으뜸이었다고 전해진다. 효종은 1637년 봉림대군이던 시절, 병자호란의 패전으로 '척화신'(斥和臣)과 함께 형 소현세자, 아우 인평대군과 함께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

8년 후인 1645년 2월, 소현세자가 먼저 귀국하나 그 해 4월 갑자기 사망했고, 이에 봉림대군이 5월에 귀국하여 9월 27일 세자로 책봉되었다. 그 뒤 부왕 인조가 서거하자 1649년 5월 8일 창덕궁 인정문에서 즉위했다.

이 서첩은 효종의 친필 10여 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4수가 열성어제 효종편에 실려있다. 열성어제에 실려있는 서첩의 내용 중 편집자의 각주(脚註)에 ‘신 이요의 집에 소장본에서 나왔음(出臣㴭家藏)’이라는 글귀로 보아 이 서첩은 아우 인평대군 집에 대대로 내려온 것으로 여겨진다고 케이옥션은 밝혔다.

효종의 글씨는 중국으로 간 아우와 주고 받거나, 또는 궁중에서 서로 주고 받은 글씨여서 해서(楷書)는 날카롭고 행서(行書)는 강약이 적당하여 아주 자신감이 넘친다. 또 효종의 석봉체(石峯體)와 송설체(松雪體)를 적당히 구사한 날렵한 필력 또한 볼 수 있어 서예사적, 사료적 가치로도 큰 의미가 있는 서첩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백자청화십장생문호 白磁靑畵十長生文壺, White Porcelain Jar in Underglaze Blue, 25.5×41(h)cm, 19세기. 케이옥션 제공 © News1

이번 경매에는 또 청자음각포도문표형주자, 분청사기철화삼엽문장군, 백자청화십장생문호, 백자대호, 백자청화산수문병 등 12세기 청자부터 19세기 청화백자까지 연대별 다양한 기형의 도자기가 출품된다.

함께 경매에 나오는 겸재 정선의 '송계'는 겸재의 실경에 대한 인식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산 속 소나무 아래에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의 한 부분을 묘사했다. 수목(樹木)과 바위들의 표현에서 겸재의 부드러운 필선과 미점(米點)을 주조로 한 필법의 강약을 느낄 수 있다. 경매에는 심사정 특유의 화풍이 드러난 산수도도 나온다. 당나귀를 타고 산수를 유람하는 '기려도'와 물가의 빈 누각을 그린 '강상초루도'다.

이밖에 백남준 이우환 박길웅, 손응성, 고화흠, 오수환, 이건용 등 다양한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경매에 나온다. 또 탐 웨슬만, 앤디 워홀 등 해외작가의 수작도 골고루 출품된다. 추사 김정희, 백범 김구의 글씨부터 평보 서희환, 갈물 이철경의 한글 서예작품까지 다양한 글씨도 선보인다. 총 출품작은 145점이다. 케이옥션 신사동 본사에서 진행되는 프리뷰 전시는 지난 13일 시작해 경매 당일까지 이어진다.

cup@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