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여론조사도 묵묵부답.. '샤이 보수' 6월 깜짝 표심 드러낼까

이도형 입력 2018. 1. 13. 13:32 수정 2018. 1. 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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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여파 지지 성향 안 드러내 / 올 지방선거 여론조사 36%가 "민주 지지" / 무응답자 10∼20%는 '숨은 보수' 추정 / 야권 '막말 논란' 'TK 자민련화' 등 / 정권 내주고도 달라진 점 못 보여줘 / 환멸 느낀 보수층, 투표장 안 갈수도
수원에 사는 임모(61·여)씨는 최근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답변하지 않고 끊어버린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그렇다고 한국당 얼굴이 된 홍준표 대표를 보고 찍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나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마찬가지다. 40년간 ‘1번’(보수정당)만을 찍어온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누구를 찍어야 할지 영 가늠이 안 된다.

새해 들어 실시된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큰 폭으로 앞서자, 야권을 중심으로 ‘샤이 보수’를 간과한 조사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여파로 ‘숨어버린 보수층’이 여론조사에 좀처럼 응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샤이 보수’가 지방선거 때 투표장으로 몰려나와 보수정당에 투표해 요즘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를 내어 놓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처럼 ‘샤이 보수’는 한국 사회에 실제 존재하고 6월 지방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까. 전문가들은 ‘샤이 보수’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보수진영이 지금과 같이 과거에만 안주하는 행태를 보이면 ‘샤이 보수’는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샤이 보수’, 10∼20% 정도”

내일신문과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응답자의 36.4%는 올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7.8%)과 국민의당(3.1%), 바른정당(4.3%), 정의당(1.7%) 등 다른 정당 지지도를 다 합쳐도 두 배 이상 되는 격차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압도적 우위가 예견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조사 응답자들에게 19대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물어본 결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가 46.7%에 달했고 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12.7%에 그쳤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10.7%,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는 4.9%가 투표했다고 응답했다. 실제 대선 득표율(문재인 41.1%, 홍준표 24.0%, 안철수 21.4%, 유승민 6.8%)과 비교해보면 당시 문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다른 세 후보에 투표한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여론조사에 응답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보수진영에서 ‘진보진영 의견이 과대 표집된 여론조사’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숨어버리는 현상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엿보인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실시한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를 묻는 항목에서 응답자의 25%가 무당층 내지 무응답층으로 분류됐는데 이들 중 31%가 자신을 보수성향이라고 답변했다. 진보성향이면서 무당층 내지 무응답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 정도가 이같이 숨어버린 보수층, 즉 ‘샤이 보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홍준표 “지금 여론조사는 관제 여론조사”

이 ‘샤이 보수’층에 대해 보수진영은 이들이 결국 지방선거 때 자신들을 지지하러 투표장에 대거 나올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샤이 진보’층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다가 선거에 대거 진보진영에 투표해 선거 결과를 뒤집어 놓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진영만 바꿔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한국당에서 이런 확신이 강하다. 홍준표 대표가 대표적이다. 홍 대표는 10일 대전 신년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 “자기 지지층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인데 발표할 때는 국민 상대로 한 여론조사라고 한다”며 “전국을 돌아다녀보면 밑바닥 민심은 돌아서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지금의 여론조사를 ‘관제 여론조사’라고 지칭하며 실제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한국당과 보수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바른정당도 ‘샤이 보수’가 결국 자신들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본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지금의 ‘샤이 보수’는 홍준표 대표를 싫어하는 ‘개혁적 보수’들”이라며 “결국 이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샤이 보수’가 투표장에 갈까?

전문가들은 현재 ‘샤이 보수’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샤이 진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분석한다. 당시 ‘샤이 진보’들은 민주당 내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었지만, 그보다 집권세력이었던 보수진영에 대한 불만이 더 컸기 때문에 “보수에 반대하기 위해” 투표장에 갔는데, 현재의 ‘샤이 보수’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준철 경민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지금은 ‘민주당’이 싫다고 ‘한국당’을 찍기보다는 차라리 투표장에 안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도 “샤이 보수들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낡은 보수’에 대한 환멸도 많다”며 “야당이 합리적 보수로 가지 않는 이상 이들이 적극적 정치참여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을 치른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한 반대심리만으로 투표장에 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진영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도 ‘샤이 보수’를 투표장으로 불러내지 못하는 이유다. 숨어있는 보수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려면 그만 한 ‘유인’이 있어야 하는데, 변화하지 않는 보수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의 ‘막말 논란’이나 ‘TK(대구·경북) 자민련’화 등이 대표적 “변화하지 않는 보수”의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보수정당이 변화하지 않고, 경쟁력도 끌어올리지 못하면 ‘샤이보수’는 투표장에 안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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