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스토리] 편의점과 은행 '이유있는 만남'

이진경 입력 2018.01.13. 10:32 수정 2018.01.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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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면창구 줄어 비용 절감.. 편의점은 고객 유인 '윈윈'/ ATM 수수료 낮아 / 카카오·케이뱅크 등 수수료 면제 바람 .. 1금융권까지 확산
/첨단 금융의 시험대
#1. 직장인 한모(31)씨는 최근 주말 친구 결혼식에 갔다 갑자기 현금이 필요해졌다. 결혼식에 오지 못하는 또 다른 친구가 축의금을 대신 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고민하던 한씨의 눈에 띈 것은 편의점 ATM(자동입출금기). 편의점 외벽에 입출금 수수료가 은행 ATM과 같다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써 있어 더 반가웠다. 한씨는 “편의점 ATM은 수수료가 비싸 아까웠는데, 내 주거래은행이 편의점 ATM 출금 수수료를 낮춰줘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2.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인근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가면 손바닥 정맥으로 결제하는 ‘핸드페이’가 설치돼 있다. 사전에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하면 카드 없이도 결제가 된다. 이 점포 직원 김모(26)씨는 “주변에 직장인이 많다보니 신기술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같다”며 “아직 사용자가 많지는 않지만 핸드페이로 결제를 해본 분들은 이후 편리함에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요즘 편의점은 단순히 먹을거리나 간단한 생활 소품을 사는 곳이 아니다. 택배, 세탁 등 종합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서비스도 확대되는 서비스 중 하나다. 영업점 자체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편의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기에 새로운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 은행업무를 보러 편의점을 더 자주 찾을 시대가 머지않아 보인다.
◆첨단 ATM들의 등장

편의점 금융서비스의 ‘전략무기’는 ATM이다. 편의점에는 입출금이 모두 가능한 ATM과 출금만 가능한 CD(현금자동지급기) 두 가지가 있는데, 최근 다양한 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똑똑한’ ATM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경우 GS25와 함께 스마트ATM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전국 GS25 점포에 1150대가 설치돼 있고, 2020년까지 50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ATM은 입출금은 물론 손바닥정맥 인증, 대출, 계좌개설, 카드발급 등 다양한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손바닥정맥 인증이나 카드 발급 등은 시스템 구축 중이라 아직은 사용할 수 없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은 편의점이 이를 보완해주고 있다”며 “스마트ATM이 보급되고 소프트웨어 개발도 완료되면 고객들이 비대면으로 좀 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CU서울대서연점에 가면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를 볼 수 있다. 디지털 키오스크란 다양한 창구 업무를 볼 수 있는 무인 셀프뱅킹 기기를 말한다. 주로 영업점에 설치돼 있지만 2016년 처음 편의점에 시범 설치해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예·적금, 펀드 신규 가입은 물론, 예·적금 담보대출, 체크카드 신규·재발급, 통장 교체, 인터넷뱅킹 비밀번호·이체한도 변경 등을 창구를 찾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 아직은 입출금 외의 기능이 많이 사용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CU 관계자는 “무인 키오스크가 편의점에 전면적으로 설치되는 시대가 오면 사람들의 인식도 바뀔 것”이라며 “현재 운영을 바탕으로 업무 한계나 미비점 등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ATM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용 수수료를 낮추기도 한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오는 6월까지 전체 편의점 ATM·CD 수수료가 무료다. 케이뱅크 고객은 GS25 ATM·CD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은행 영업시간 중 GS25에 설치된 ATM·CD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영업시간 외에는 은행 ATM 수수료를 적용해 일반 편의점 ATM 수수료보다 저렴하다. 고객 호응은 뜨겁다. 지난해 12월 우리은행 고객이 편의점 ATM을 이용한 건수는 이전보다 21%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24% 증가했으며, 연말 모임이 많은 12월 마지막주에는 전월 동기 대비 33%나 늘어났다. KB국민은행은 2월부터 세븐일레븐 ATM·CD 수수료 면제·인하를 도입할 예정이다.

◆손바닥 대면 결제…신기술 만나다

기존에 없던 신기술을 편의점에서 만날 수도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에는 손바닥 정맥결제시스템(핸드페이)이 등장했다. 생체정보로 결제까지 이뤄지는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서도 찾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사전에 본인의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해놓고 매장에 설치된 전용단말기에 손바닥을 올려놓으면 된다. 핸드페이는 세븐일레븐 전국 20개점을 포함해 롯데마트, 스키장 오크밸리 등으로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핸드페이는 무인편의점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없으니 미성년자가 술·담배를 구매하는지 거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 다른 사람의 카드가 도용될 위험도 있다. 그래서 정맥으로 본인임을, 또 성인임을 인증하고 결제하도록 한 것이다. 무인편의점이 늘어나면 생체정보를 활용한 결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편의점에는 카운터에서 카드로 소액 현금을 찾을 수 있는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2000원짜리 음료수를 구입하고 카드로 5만2000원을 결제하면 5만원을 현금으로 받는다. 수수료(건당 800원)는 별도로 카드사용액으로 차감된다. 동전 충전서비스도 편의점 금융서비스 중 하나다. 물건을 사고 발생한 잔돈을 교통카드나 포인트카드, 네이버페이 같은 간편결제 등에 충전할 수 있다.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가능하며, 이용 건수는 하루 평균 3만5000여건이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동전 충전서비스는 30∼40대 남성 직장인이 많이 이용한다”며 “담배를 현금으로 사고 잔돈을 적립하는 경우를 가장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은행·편의점·고객 모두 이익

편의점 금융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편의점, 은행 상호간 ‘윈윈’이기 때문이다. 비대면으로 많은 은행업무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금 출금 등 대면접점이 필요하다. 그러나 디지털화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영업점은 계속 줄이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은행 6개 은행의 국내 영업점포는 2012년 4720개에서 2016년 4144개로 4년 새 12.2% 줄었다.

이에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편의점이 떠오른 것이다. 편의점수는 2016년 말 현재 3만2611개에 이른다. 편의점은 점포를 찾는 고객 수가 많아져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이라는 은행 영업점은 갖지 못하는 강점이 있다. 고객들 입장에서도 언제나, 가까운 편의점에서 은행 영업점과 비슷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이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이고, 접근성이 좋아 오프라인 고객 접점으로 유용하다”며 “1020세대의 방문이 많은 편의점의 미래가치를 보고 신규사업을 공동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금융서비스는 향후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도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곳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금융서비스”라며 “일본 등 선진 사례를 보면 향후 시장 전망은 밝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나라 IBK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오프라인에서의 금융 소비자 니즈는 지속적으로 존재하기에 오프라인과 연계한 금융 서비스 발굴은 고객 편의 및 수익성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