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국 중국 지지 이끈 文 평창 구상, 북핵문제까지 이어질까

장윤희 입력 2018.01.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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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이후에도 한반도 안정적 상황관리 관건
文대통령, 트럼프·시진핑과 남북관계 개선 공감대 성과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고 있다. 2018.01.11.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윤희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을 북핵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한반도 정세 주요국인 미국과 중국을 움직이며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발판으로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확정된 가운데 미·북 대화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다. 다음주에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논의를 위한 남북실무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다만 북한의 핵보유국 의지가 여전히 강해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이 평창올림픽에만 그치지 않고 '포스트(POST) 평창'까지 진화할 지가 관건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한반도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핵동결, 한반도 비핵화 청사진을 탄탄히 마련하는 것도 숙제다.

평창 구상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향한 '운전대'를 잡고 직접 풀어나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한반도 운전자론'에 기반한다. 한반도 운전자론이 큰 방향에서의 전략이라면 평창 구상은 동계올림픽 이벤트를 활용한 세부 전술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 성사를 계기로 평창 구상을 차곡히 진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과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연이은 정상통화를 가지며 지난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대화 성과와 남북관계 개선을 높이 평가했다.

한·미 정상이 통화에서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 동안에는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이라고 확인한 점도 고무적 결과다.

평창올림픽 기간 한반도 긴장 분위기는 한층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폐막 후 남북관계가 느슨해지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한다면 북한이 다시금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10일 통화에서 "남북대화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넘어 자연스럽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북간 대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해 남북 대화가 미북 대화 기폭제가 될 수 있음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이 총력을 기울여 온 평창 구상에 북한이 호응하면서 남북관계에 개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 대북 강경 기조를 이어온 미국도 한발짝 물러서며 추이를 보겠다는 반응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자 미국 언론에 "나의 공이 있다. 지금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했기 때문에 그 효과를 보인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평창 구상의 진전은 지난 11일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공감대로 이어졌다. 사드 문제로 한동안 냉랭했던 한중 정상은 이날 북한을 연결고리로 유의미한 의견을 나눴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저녁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2018.01.10.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두 정상은 "이번 남북대화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넘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중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시 주석은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한 남북 관계개선의 성과를 환영한다"며 "이를 위한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가 같이 가야한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이번 한중 정상통화는 남북 대화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이끌면서, 북한 교섭력이 높은 중국과의 공감대를 통해 평창 구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의 방중기간 중 합의했던 정상간 핫라인 구축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5월 11일 문 대통령의 취임을 기해 이뤄진 정상 통화 이후로는 두번째다. 사드 갈등으로 경색됐던 한중 관계에 진전이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도 풀이된다.

결국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은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잡은 현재 분위기를 얼마나 오래 이어가고, 그 과정에서 넓어진 운신의 폭으로 북·미 대화 여건을 만드느냐에 따라 한반도 운전자론의 판세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평창 구상으로만 그치지 않는 장기 전략 뒷받침도 중요하다.

한편 문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참석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 고위대표단장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보내겠다고 답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요청했지만 시 주석은 "올림픽 행사의 성공적 인수 인계가 잘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 확답은 하지 않았다. 2022년 차기 동계올림픽은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eg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