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재파일] 야생생물 10종..멸종위기 1급 격상

이용식 기자 입력 2018.01.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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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관코박쥐, 먹황새, 모래주사…. 이름도 낯선 이 포유류와 조류, 어류들은 각별히 신경을 써서 보호해야 할 귀한 야생동물입니다.   

튜브 모양의 코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고, 몸의 털이 양털을 닮은 '작은관코박쥐'는 7년 전 남한에서 처음으로 서식이 확인된 산림성 박쥐입니다. 북위 15도에 이르는 지역에 살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을 찾아 중국 북부에서 일본 남부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0년 이전까지 북한에서만 서식지가 확인됐다가 지난 2011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로 소백산, 월악산을 비롯해 강원 화천과 경기 포천, 제주에서까지 목격됐습니다. 작은관코박쥐는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습니다.

작은관코박쥐

천연기념물 200호로 지정된 '먹황새'는 하얀 깃털에 양 날개만 검은 털을 한 일반 황새와 달리 녹색 광택을 띠는 검은 깃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리와 다리가 붉은색이고 먹이활동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나무 위나 절벽에서 지냅니다. 전남 함평과 낙동강 하류, 주남저수지, 경북 영주 내성천 등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고, 2012년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새입니다.

먹황새

잉어과 물고기 '모래주사'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낙동강과 섬진강 수계에 살고 있습니다. 입 가장자리에 수염 한 쌍이 있고, 꼬리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에 작은 반점이 일정한 간격으로 있어 줄무늬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물고기입니다. 모래주사 역시 2012년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됐습니다.

모래주사

환경부는 최근 이 세 가지 생물을 포함해 모두 10종의 야생생물을 멸종위기 1급으로 새롭게 지정했습니다. 나머지 7종의 이름은 호사비오리<새>, 좀수수치<물고기>, 붉은점 모시나비, 비단벌레<곤충>, 금자란, 비자란, 한라솜다리<식물> 등입니다.

비자란
비단벌레

10종의 야생생물은 그동안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아 왔지만 갈수록 서식지가 파괴되고, 개체 수가 줄어들어 멸종위기 1급으로 격상된 것입니다. 멸종위기 1급과 2급의 구분은 야생생물법 2조에 나와 있습니다. 멸종위기 1급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 멸종위기에 처한 경우이고, 2급은 현재의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않을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지정 및 관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IUCN 적색목록은 11개 카테고리<범주>로 나뉩니다.

첫째, 절멸<EX: Extint>은 마지막 개체가 죽었다는 점에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둘째, 야생절멸<EW: Extinct in the wild>은 자연 서식지에서는 절멸했으나 동물원이나 식물원 등지에서 생육 또는 재배하는 개체만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셋째, 지역절멸<RE: Regionally extinct>은 지역 내에서 잠재적인 번식능력을 가진 마지막 개체가 죽거나 지역 내 야생상태에서 사라져버렸다는 점에 대해 의심할 이유가 없는 상태입니다.

넷째,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은 야생에서 극단적으로 절멸 위기에 직면한 상태이고 다섯째, 위기<EN: Endangered>는 야생에서 매우 높은 절멸 위기에 직면한 상태를 말합니다. 여섯째, 취약<VU: Vulnerable>은 야생에서 높은 절멸 위기에 직면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일곱째, 준위협<NT:Near threatened>은 가까운 장래에 멸종 우려 범주 중의 하나에 근접하거나 멸종 우려 범주 중의 하나로 평가될 수 있는 상태입니다.

나머지는 관심대상<LC: Least concern, 멀리 퍼져 있고 개체 수도 많은 상태>, 정보부족<DD: Data deficient, 상태평가를 하기에 정보가 부족한 상태>, 미적용<NA: Not applicable, 지역수준에서 평가하기에 정보가 부족한 상태>, 미평가<NE: Not evaluated, 적색목록 기준에 따라 아직 평가하기 않은 상태> 등입니다.

우리나라는 11개 범주 가운데 야생절멸과 위급 단계를 멸종위기 1급으로 하고, 위기와 취약 카테고리를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포유류 가운데 야생에서 절멸한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 표범, 늑대 등을 멸종위기 1급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디.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5년에 한 번씩 새로 지정하거나 해제하고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3년을 주기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고, 민간인의 제보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7월 13일에는 180개 기관에서 참여해 공청회를 열었고 멸종위기종 위원 30여 명이 논의해서 멸종위기종 등급 상향조정을 포함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을 새로 확정했다고 생물자원관은 밝혔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환경부가 지난9일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모두 267종입니다. 멸종위기 1급이 60종이고, 2급으로 지정된 야생생물은 207종입니다. 1급 60종 가운데는 포유류가 12종, 조류가 14종, 양서파충류 2종, 어류 11종, 곤충 6종, 무척추동물 4종, 식물 11종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5년 전 2백46종에 비해 21종이 늘었습니다. 25종이 2급으로 새로 지정됐고 기존 4종은 해제됐기 때문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에서 해제된 4종 가운데 미선나무와 층층둥글레는 개체 수가 풍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큰수리팔랑나비는 절멸로 추정되어 해제됐고, 장수삿갓조개는 분류학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해제 이유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지정된 종들은 보호, 증식, 복원 등의 목적으로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포획, 방사, 가공, 유통, 보관, 수출, 수입, 반출, 반입, 훼손 등을 할 수 없습니다.     

야생생물이 멸종위기에 놓이는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행위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입니다. 탐욕을 버리고 야생생물을 공생공존의 지구촌 동반자로 생각하는 의식과 행동이 확산돼야 멸종위기종의 숫자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5년 뒤에는 더 많은 야생생물이 멸종위기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용식 기자ysle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