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평균 25세 젊은층이 봉기, 민생 파탄 낸 신정체제에 염증
혁명 전파와 패권 추구에 쏟아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도 안 돼
혁명·종교 '낙하산' 이권·요직 독점
생활고·부정부패에 민심 부글부글
경제난으로 해외여행도 어려워져
젊은층 중심 사회적 스트레스 심화
━ 이란 혁명 40년, 끝나지 않은 후폭풍
체제 측 입장은 너무도 다르다. 이슬람 시아파 율법학자 출신인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하산 루하니 대통령은 사건 원인을 ‘외부 공작’ 탓으로 돌렸다. 루하니는 지난 9일 “이란이 계속 혼란스럽기를 바라는 ‘지역의 누군가’와 ‘시오니스트 체제’”라고 말했다. ‘지역의 누군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시오니스트 체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다. 하메네이는 배후세력으로 파리에 본부가 있는 이란 반체제 조직 ‘무자헤딘에할크(MEK)’도 지목했다.
그런 점에서 이란 혁명의 과정과 성격을 알아보는 것은 시위 사태의 본질에 접근하는 지름길이다. 마침 지난 7일은 78년 이란 혁명이 시작된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77년 10월 소규모 시위로 시작했던 샤(이란 군주)의 폭정에 대한 항의 시위는 이날 대규모 시위로 전국적인 ‘시민 저항운동’으로 확산했다. 민주화와 종교 세력이 서로 손잡고 힘을 모으면서 시위는 더욱 확대됐다. 78년 8~12월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전국이 마비됐다. 국민 분노는 군경의 진압으로 막을 수 없었다. 견디다 못한 이란의 마지막 샤인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는 79년 1월 16일 마침내 망명을 떠났다. 이로써 고대 페르시아 제국부터 2500년간 유지되던 이란 군주제는 사라졌다.
새로 들어선 이슬람공화국의 헌법이 명시한 권력체계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민주선거로 뽑은 대통령과 국회의 통치를 이슬람 율법학자인 최고지도자와 헌법수호위원회가 감독하는 ‘신정 체제’다. 세속과 종교의 ‘하이브리드’ 체제다. 혁명을 주도했던 민주화 세력과 힘을 보탠 종교계가 타협한 결과다.
정치적 타협으로 종교 세력에 힘을 실어준 결과 이들의 요구에 맞춰 사회 전반에서 종교 통제가 이뤄졌다. 여성들은 집밖에 나설 때는 무조건 히잡을 쓰고 머리카락을 가려야 하며 몸매가 드러나는 옷도 금지됐다. 거리에선 종교경찰이 돌아다니며 이를 위반하는 사람을 경찰서로 강제 연행한다. 이란은 ‘감시와 처벌의 판옵티콘’ 같은 사회가 됐다.
이에 따라 사회적 스트레스 해소법이 은밀하게 확산했다. 이란은 겉으로는 엄숙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파티의 나라로 명성이 높다. 내부적으로는 집 문을 닫아걸고 남녀가 노출이 심한 옷으로 갈아입고 DJ를 불러 춤과 음악을 즐기는 심야 파티를 몰래 여는 게 일반적이다. 외부적으로는 휴가철이면 인근 터키의 지중해 관광지 안탈리아나 외국인에겐 알코올 음료를 파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등 걸프 지역의 관대한 국가로 몰려가 파티를 여는 것으로 이름 높다. 이는 사회적인 불만을 개인적으로 해소하는 배출구였다.
2009년 대선에 불만을 품은 젊은이들은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부정선거’라고 항의했다. 이들은 그해 11월 옛 미 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 대사관 점거인질사건 기념행사에서 ‘미국에게 죽음을’이라는 전통적인 구호를 외치는 사이에서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여성들에게 시대착오적인 복장을 강요하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는 신정 체제의 모순에 항의한 셈이다.
이란 정부의 이런 활동은 넓은 의미에서 ‘이슬람 혁명’의 수출 기도로 볼 수 있다. 이란은 군주제를 몰아낸 이슬람 혁명 이후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이를 지역의 다른 나라에 수출하려고 애써왔다. 이를 통해 혁명을 더욱 공고화하고 지역 패권국가로 자리 잡으려는 의도도 있다. 이란의 이슬람 정부는 지정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이슬람 종파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숙적으로 여겨왔다. 군주제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은 이란식 이슬람 혁명의 확산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UAE·쿠웨이트·바레인 등의 왕실과 손잡고 이란에 대항해왔다. 이란이 중동패권을 계속 추구하려면 계속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럴 수록 국민의 불만은 당연히 커지게 된다. 이란의 신정 체제가 혁명수출을 통한 패권추구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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