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1월 정례회의] 국가 기본틀 흔드는 좌편향 개헌안에 단호한 대응을

정리/김정형 기자 2018. 1. 1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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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간 455쪽 보고서 만들 동안 왜 보도 안 했나
임종석 실장 UAE 간 진짜 이유 여전히 모호해 답답
연중 기획 '아이가 행복입니다' 반드시 성과 거두길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8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태수(변호사), 방희선(변호사), 유미화(중경고 교사),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재진(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김경범(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이정희(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여울(문학평론가 겸 작가)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내왔다.

왼쪽부터 김태수·이재진·유미화 위원, 조순형 위원장, 방희선·이덕환 위원, 신효섭 편집국 부국장. /성형주 기자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만든 헌법 개정안 초안을 1월 2~3일 상세히 보도했다. 많은 독자가 충격받았을 것이다. 간추리면 자유 시장을 약화시키고, 민주와 사회를 부각했다. 우리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이고, 자유민주적 질서가 국가의 기본 원리다. 그런데 자유를 빼고 민주만 강조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번 개헌에서 맞춰야 할 초점은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대통령들이 불행해지고 단임제로 책임 정부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통령 권력 분산과 단임제를 손보는 정도의 원포인트 개헌 요구가 계속 있었는데 자문위 초안은 전면적 개헌안을 담고 있다. 과연 이렇게 개헌이 되겠나 싶다. 그러면 또 무산되고 소모적 논쟁으로 치닫게 된다. 이를 중점 지적해야 한다. 헌법을 난도질할 생각 말고, 국민적 합의에 따른 원포인트 개헌에 주력해야 한다.

―자유민주와 시장경제 질서는 헌법에 명문화돼 있지만 사실은 헌법보다 한 차원 높은 국가의 기본 원리다. 개헌 논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을 분산하자고 시작된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초안에 한 조항도 없다. 조선일보는 1월 3일 사설 〈'자유민주' 없앤 개헌안, 이를 방치한 야당〉에서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에 대해 "쥐꼬리만 한 당내 권력 싸움이나 하느라 이런 엄청난 일을 방치했다. 아니 아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몰랐던 것 같다"며 크게 나무랐다. 그러면 언론은 왜 방치했는가. 자문위가 11개월간 455쪽 보고서를 만드는 동안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초안은 단순한 의견 제시가 아니다. 헌법 전문을 비롯해 완전히 조문화했다. 국회 개헌특위는 6월 국민투표로 마무리한다는데 시간이 촉박해 새 개헌안을 만들 수도 없으니 이 초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위 회의록을 보면 이주영 위원장이 자문위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는 특위에서 자문 요청한 사항에 대한 의견 제시이고, 둘째는 자문위가 독자적으로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헌법 전반을 조문화해서 보고서를 내라고 위임한 적이 없는 것이다. 이 점에서 초안은 월권이 분명하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때 조선일보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개헌에 한계가 없는가이다. 헌법학계는 있다고 한다. 일부 학자는 다 개정할 수 있다는데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도 개정할 수 있는가. 내재적 한계와 실정법적 한계를 지적해야 좌편향 개헌을 막을 수 있다. 헌법 개정도 헌법이 부여한 권한이다. 따라서 본질, 그리고 헌법보다 상위 개념인 근본 규범을 배제하면 안 된다. 더구나 관습 헌법이란 것도 있다. 자문위 초안처럼 개헌하려면 헌법을 파기하고 새로 제정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보수 정론지로서 임무를 다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다. 촛불 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진보 정권이기에 보수 정론지로서 견제와 비판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특히 비합법적·독단적 정국 운영에 대해 강한 비판이 필요하다. 남북 관계와 한·미 안보 등 국제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아마추어리즘도 노련한 보수적 시각에서 가이드해야 한다. 그러나 경직된 이전의 보수 가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과거 보수의 폐쇄성과 타성에 대한 자성이 병행돼야 한다.

―근래 조선일보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이슈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과 왕세제 만남이었다. 그런데 팩트 취재와 확인 역량이 전보다 떨어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아직도 무엇이 정말 문제이고 어떻게 수습되고 있는지 실체를 알 수 없다. 오보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외교적 침묵과 의도적 거짓말인지 조만간 판명이 나겠지만, 한 달이 지나도 실체에 접근하지 못한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정부가 제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마련 중인데 지금까지 알려진 것을 보면 너무 엉터리다. 산업부안이 국회와 공청회를 거쳐 확정 과정에 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이익 단체들이 태양광 사업을 차지하려고 한다고 집중 보도했다. 실제로 주민과 태양광·풍력 사업자 간 갈등이 심각하다. 거의 투기 수준이고, 주민들은 기피 시설이 온다며 반대한다. 갈등이 커지면 지자체 선거 때문에 정부가 결국 포기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계획에 보면 '한국형 발전 차액 지원 제도'라는 게 있다. 이미 2001년부터 8년 넘게 시행했는데 중국산 패널만 잔뜩 들여오고 전력 분담률은 2%에 그친 사업이다. 이를 20%로 올린다는데 가능하지 않다. 산업부안을 분석해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는 시리즈가 필요하다.

―제천 화재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집중 지적한 것이 주차 문제였다. 그러나 주차 문제가 정말 핵심이고 주차난 해소가 현실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무슨 대책을 세웠고, 그중 실현된 것과 그러지 못한 것을 계속 알려달라. 세월호 이후 국회와 정부의 대책과 실제 변화를 따져보는 기획도 필요하다.

―〈가장 빨리 뚱보 늘어나는 나라… 한국은 이제 '후뚱 사회'〉(1월 1일 A15면)를 인상 깊게 읽었다. '외모' 문제가 아니라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다가왔다. 그런데 '뚱보'나 '후뚱'(후천적 뚱보)은 비만인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니 다시 생각해야 한다.

―〈'반드시 구속' 오기로 계속 영장… 남발하다 보니 기각률 29%〉(12월 14일 사회면)는 좋은 지적이다. 다만 부속 기사 〈美·英선 보석금 내고 불구속으로 수사받는 '조건부 영장 제도' 시행〉은 틀린 얘기다. 미·영에는 조건부 영장은 물론 우리 같은 구속영장 제도가 없다. 우리도 영장 제도를 폐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고, 구속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긴급 체포가 필요하면 체포 상태를 구금으로 유지할 것인지 판사가 심사하게 해서 구속을 사법 심사의 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

―〈교육제도 손대자… 교육특구 전세가 요동쳤다〉(12월 25일 A14면)는 비약이 있다고 본다. 기사는 고교 체제 개편이 강남 전세금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데 이렇게 주장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기사에서는 '목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 '강남구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를 거론한다. 결국 중개사들 얘기뿐 아닌가. 전세금 상승을 자사고·특목고 폐지와 연결하려면 더 신뢰할 만한 근거가 필요하다.

―신년 기획 '아이가 행복입니다'를 보고 반가웠다. 인구 절벽에 다가가는 상황에서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획이다. 출산과 육아, 여성의 삶이 제도적 보살핌을 받아 전국에서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소리 듣기를 기대하겠다.

―〈참사 겪은 이 도로, 나흘 전과 똑같다〉(12월 26일 A1면)의 사진은 제천 스포츠센터 인근 길 양편에 불법 주차한 차들을 찍은 것이다. 최근 사진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진핑 주석이 군복 입은 모습을 1면에 실은 것(1월 5일)은 우리 안보 상황에 비추어 호소력 있었다. 반면 1월 5일 A8면 〈여성이 훨씬 많네… 신임 외교관 임명장 수여식〉 사진은 식상하다.

―〈합창이 사람을 만든다, 프랑스의 교육 실험〉(12월 22일 국제면)은 신선하고 흥미롭다. 합창은 결속과 연대 의식을 키워주는데 우리는 입시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박돈규 기자의 2사 만루: 대통령 3명 염한 '무념무상'의 손〉(12월 23일 Why)은 어떤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해주었다. 〈양상훈 칼럼: 사건 사고 현장은 대통령 책임 아니다〉(12월 28일)에 공감한 사람이 많다.

―새해 들어 활자가 커지고 깔끔해지고 간격이 넓어져 반응이 좋다. 다만 이에 관한 알림 기사를 A1면과 A2면에 걸쳐 실은 것은 좀 과하다.

―새로 제정한 '조선일보 윤리 규범'을 12월 26일 자세히 소개했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언론의 구악을 답습하지 않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윤리 규범을 새롭게 명문화해 공표한 점은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읽어보니 언론사 윤리 규범의 집대성 같다. 그런데 딜레마 같은 게 있다. 과연 지켜질 것인가,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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