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소차 세계 최고면 뭐하나, 200개 충전소 사업 끝내 무산
정치권 무관심에 예산 확보 못해
휴게소들 "고객 빼앗길라" 반발도
현대차, 평창 시연 사업 자비 충당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수소차 인프라 보급 계획이 1단계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국토부가 2025년까지 전국 도로망에 수소충전소 200개를 구축하려던 ‘수소복합충전소(복합휴게소)’ 사업이 결국 무산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지난해 2월 시작한 이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수소충전소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휴게소 영업을 허용하는 정책이었다. 수소충전소 운영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휴게소 영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게끔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정치권의 관심 부족과 예산 미비, 매출 감소를 우려한 기존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자들의 반발 등으로 결국 정부는 사업을 접기로 했다. 이용욱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은 “수소복합충전소 사업이 휴게소 개발사업처럼 변질되면 기존 휴게소 사업자와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기업 특혜 시비도 생길 수 있는 등 정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봤다”고 말했다.
기존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자의 반발도 크게 작용했다. 휴게소 사업을 새롭게 허용해 도로 위에 휴게소가 많아지면 기존 사업자들은 고객을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휴게소가 늘어 경쟁이 심해지는 것에대해 기존 휴게소 사업자들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한국도로공사가 자기 예산으로 기존 고속도로 휴게소에만 수소충전소를 추가로 설치하는 형태로 사업 계획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김건태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현 정부의 관심은 태양광·풍력 에너지에 집중돼 있어 수소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소학회장을 지낸 오인환 녹색기술센터 소장도 “수소 에너지에 대해 생소한 일반인들은 수소를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성능 좋은 수소차가 개발돼도 사회가 신기술 변화를 따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수소차 인프라에 대한 정부 지원을 ‘재벌 특혜’로 바라보는 시각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소차는 현대차, 에너지 인프라에는 SK가스와 효성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의 수소충전소 사업을 지자체가 떠맡고 있는 것도 이런 특혜 논란이 한몫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충전소 사업을 관할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도 불가능하다. 지자체들은 2014년에 확보한 예산도 집행하지 못해 계획을 세워 놓고도 건설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수소충전소만 총 16개(사업 예산 240억원)에 달한다.
김도년 기자·라스베이거스=윤정민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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