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위안부 입장' 밝히자.. 日 "아베, 평창 안간다"

태원준 기자 2018. 1. 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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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월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산케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산케이는 이 기사를 1면 톱으로 다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위안부 합의’ 관련 입장을 밝히자 일본 측에서 곧바로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산케이는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베 총리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으며 그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회견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그 무렵 의회 일정이 있긴 하지만 문 대통령의 회견 내용을 ‘일본 정부에 대한 위안부 사과 요구’로 받아들여 불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한국 외교부가 위안부 합의 처리 방침을 밝히자 공식 항의했다.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주일 한국대사관의 이희섭 공사를 불러 “한국 정부가 합의를 변경한다면 한·일 관계가 관리 불능이 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주한 일본대사관 공사가 한국 외교부 김용길 동북아국장에게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비롯한 합의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항의에 앞서 고노 다로 외무상도 “2015년 양국 합의는 국가 간 약속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책임지고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게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이라며 “한국이 일본에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고노 외무상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출연한 10억엔을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한 것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것 이상은 나도 아직 모른다. 진의에 대해 (한국 측의)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합의가 착실히 이행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는) 1㎜도 움직일 생각이 없으며 이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은 특히 한국 정부가 10억엔의 충당 의사를 밝힌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한국이 10억엔을 갚게 되면 합의 파기”라며 한국이 요구하는 협의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한국 마음대로 하게 두면 된다. 한국의 국내 문제니까 상대할 필요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 미국은 펜스 부통령이 대표단 이끌고 참석

반면 미국 백악관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외가 평창올림픽에 미국 대표단으로 참석한다고 방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에 앞서 알래스카에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방어시스템을 점검한 뒤 일본을 방문한다. 백악관은 펜스 부통령이 한국과 일본 지도자들에게 미국 측이 동북아 지역 안정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 매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의 평창올림픽 참석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일단 펜스 부통령이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평창올림픽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 중 한 명을 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이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평창올림픽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이번 올림픽의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날 2년여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평창올림픽에 파견하겠다는 등 통 큰 모습을 보였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 대화’만큼은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남북 회담이 끝나자마자 “평창 다음은 비핵화”라며 북핵 대화를 강조했다. 정부로선 모처럼 트인 남북 대화를 이어가면서 북핵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과 북한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고위급 회담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조속한 시일 내 한반도 비핵화 등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며 비핵화를 명시한 것 자체가 다소 파격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북측은 비핵화 언급이 나오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벌써부터 ‘평창 이후’에 주목하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다음 단계는 우리의 최우선 순위인 한반도 비핵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이후 비핵화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통해 국제적 고립을 종식하는 게 어떤 가치를 갖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비핵화 없이 남북 관계 진전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경고성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과정이자 목표”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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