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사장님들 "최저임금보다 임대료·카드수수료가 더 고통"

2018. 1. 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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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가맹점 손익계산서 보니

[한겨레]

ㄱ씨 부부는 서울 신설동에서 10년째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7시간 동안 번갈아 가게를 지킨다. 한창 바쁜 오전·오후 6시간씩 아르바이트 2명을 쓴다. 매일매일 “다리가 팅팅 붓도록” 일한다는 ㄱ씨 부부가 지난해 온전히 손에 쥔 돈(영업이익)은 2754만원에 그쳤다. 연 매출 8억원을 넘게 올린 사장님 부부의 ‘실적’은 초라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폐업까지 고민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건비가 급격히 늘어,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자영업자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3곳의 지난해 손익계산서를 꼼꼼히 살펴봤더니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났다. 본사에 내는 막대한 규모의 로열티와 매년 가파르게 치솟는 상가 임대료,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야말로 이들을 옥죄는 가장 큰 고통 요인으로 나타난 것이다. 부담 비중이 크지 않은 최저임금 문제를 부풀리기보다 이들 핵심적 요인에서 ㄱ씨 부부를 비롯한 영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더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건비 3배 넘는 임대료에 허리 휘는 자영업 ㄱ씨는 지난해 가게 임대료로 영업이익의 3배가 넘는 8293만원을 냈다. 월 700만원 수준의 임대료는 지난해 처음 동결됐지만 그 대신 관리비가 36만원 오른 탓에 연 1104만원이 됐다. ㄱ씨는 10일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동안 임대료와 관리비는 매년 3∼5%씩 꼬박꼬박 올랐다”고 말했다.

반면, 아르바이트 노동자 인건비로 나간 돈은 임대료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913만원이었다. 애초 7천원대 시급을 주고 있던 터라,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올랐다고 해도 실제 ㄱ씨가 올려줘야 할 금액은 그리 크지 않았다.

신용카드사에 낸 수수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ㄱ씨가 지난해 카드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1116만원이다. ㄱ씨는 “카드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 대기업에 돈을 갖다바치는 수준”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카드수수료율은 매출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데, ㄱ씨처럼 매출은 많지만 영업이익률은 떨어지는 가맹점주는 수수료율 인하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통신사 할인이나 멤버십 할인도 자영업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소비자가 빵집 멤버십으로 5% 할인을 받으면 그중 절반인 2.5%는 가맹점주가 내야 한다. ㄱ씨는 지난해 멤버십 적립과 통신사 할인으로만 2364만원을 지급했다.

점주 이익 2배 가져가는 가맹본부 로열티 프랜차이즈 본사는 갖가지 방법으로 가맹점주한테 무거운 부담을 지운다. ㄱ씨가 운영하는 빵집 프랜차이즈 본사는 로열티를 따로 받지 않는 대신에 필수구매물품을 지정해 판다. 빵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부터 초콜릿 장식, 종이컵, 빨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방울토마토까지 ㄱ씨는 본사를 통해 정해진 가격에 사야 한다.

경기도 한 도시에서 피자 체인점을 하는 ㄴ씨가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은 3907만원이었으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져간 돈은 그 두배인 8074만원이었다. 본사가 로열티, 광고비, ‘어드민피’(가맹계약 및 구매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ㄴ씨에게 가맹점 매출의 11.8%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은 이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매출액의 0.8% 수준으로 부과해오던 어드민피가 “계약서상 부과할 근거가 없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인천광역시에서 편의점을 하는 ㄷ씨 역시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15시간씩 일하면서 지난해 2억3천만원의 매출이익을 올렸다. ㄷ씨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야간에만 고용하고 주간에는 직접 일한다. 가맹본부는 계약상 정해진 매출이익의 24%, 5529만원을 가져갔다. 남은 금액에서 임대료과 인건비, 전기세, 카드수수료, 세금 등을 내고 나면 ㄷ씨의 연간 수익은 6950만원이 남는다. 월 450시간 이상 일하는 ㄷ씨와 가맹본부가 편의점 하나에서 서로 엇비슷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ㄷ씨는 “처음에 편의점을 열었을 때는 본사가 매출이익의 35%를 가져가서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편의점 가맹본부는 매출이 잘 나오는 점포일수록 재계약을 맺을 때 가맹점주 배분율을 올려준다. ㄷ씨의 편의점은 하루 240만∼25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상위 20%에 속하는 점포다. 나머지 편의점 70~80%의 경우 ㄷ씨보다 매출은 더 적으면서 가맹본부에 내는 로열티는 더 많은 셈이다. ㄷ씨는 “편의점 본사끼리는 점포를 늘린다며 경쟁을 하는데 죽어나는 것은 점주들뿐이고 결코 회사들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 영세 사장님은 마지막 남은 인건비를 줄이는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임대료며 재료비, 카드수수료 등으로 벌어 모은 돈이 쑥쑥 빠져나가다 보니 어떻게든 조정할 수 있는 비용은 인건비밖에 남지 않게 된 것이다.

손익명세서로 드러난 영세 점주들의 현실은 최저임금 인상 논란과 관련해 새로운 관점의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폭이 아니라 가장 큰 부담 요인을 줄여줄 때 빛이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편의점주 ㄷ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는 만큼 회사가 이익배분율을 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자 체인점주 ㄴ씨는 “과도한 할인 행사 등을 할 때는 본사가 비용을 공동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ㄱ씨는 “일할 사람이 필요하면 인건비는 낼 수 있다. 인건비보다 진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카드수수료 등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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