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세계는 양자기술 전쟁 뜨거운데..

황온중 입력 2018. 1. 1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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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보통신 혁명 이끌 핵심/ 中, 인공위성 통해 양자통신 성공/ 美·日·유럽도 기술선점 연구 박차/'정보통신 강국' 우리는 너무 조용

지난해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중국 과학자팀이 인공위성을 통해 양자통신에 성공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계 내에서 지난해에 이뤄진 가장 중요한 과학연구 성과로도 선정됐다. 중국은 2016년도에 제자백가의 하나인 겸애와 실용을 주장한 묵가 시조의 이름인 ‘묵자’라고 불리는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고, 이를 이용해 여러 양자 정보통신의 기초 및 응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아마도 첫 성과를 발표한 것 같다. 이 연구는 미래 통신기술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양자 인터넷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양자역학은 20세기 최고의 과학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물론 많은 기기가 이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양자역학은 지금까지 모든 물리학적 실험을 설명하는 데 실패한 적이 없는 완벽한 이론이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뉴턴에 의해 완성된 고전역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즉 원자와 그를 이루는 전자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됐고,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을 포함해 모든 운동을 설명하는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이론 체계로 자리 잡았다.

전승준 고려대 교수·물리화학
그러나 양자역학의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이 우리가 흔히 느끼고 경험하는 것과는 다를 뿐만 아니라 기이해 이 이론체계를 확립하는 데 기여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조차도 완벽한 이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은 원격작용’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양자역학이론에 나타나는 공간의 국소성 위반을 표현한 것이다. 누군가가 서울에 있으면서 동시에 부산에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양자역학이론에서는 이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령 누군가의 친구가 누군가가 어디 있는지를 알려고 관찰을 시도하는 순간 그 누군가는 서울이나 부산의 어느 한 곳에만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양자역학에서는 관찰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작용한다고도 볼 수 있기에, 이를 아인슈타인은 ‘내가 보지 않는다고 달이 없는가’라는 말로 표현했다.

양자역학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고전역학과 다르게 기이하다는 것을 ‘불확정성 원리’라고 이론화했다. 그러나 1935년 이에 대한 반론으로 아인슈타인이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현상을 ‘양자 얽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직후 발발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양자역학을 연구하던 물리학자들은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하게 돼 이 문제가 잊혀졌다. 1960년 당시 무명 물리학자였던 존 벨이 아이슈타인의 주장이 맞는지를 실험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고, 그 후 반복적인 여러 실험적 연구로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국소성 위반의 실험을 이용하면 양자통신이 가능하고, 드라마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순간이동과 유사한 양자이동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양자현상을 이용한 새로운 정보통신 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는 최근 미국·중국·유럽·일본 등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0과 1의 비트(bit)를 사용하는 컴퓨터에 비해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qbit)라 부르는 0과 1 사이의 많은 상태를 동시에 사용하기에 엄청난 속도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양자 암호체계는 제3자가 관찰을 시도하게 되는 경우 원래의 정보가 변하기에 매우 안전한 암호기술이 된다.

이번 중국에서 성공한 무선 양자 전송은 비록 1200㎞를 보낸 것이지만 상당히 먼 거리를 순식간에 송신할 수 있다. 각 선진국은 이미 정부는 물론 구글과 같은 기업의 많은 투자로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선제적 투자에 의해 양자정보기술에 특화된 벤처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20세기 중반 최초의 컴퓨터인 ‘애니악’은 큰 방만 한 크기였음에도 현재의 스마트폰에도 못 미치는 성능이었지만 20세기 후반 디지털 정보통신 혁명의 시작이었다. 문제는 양자 정보통신기술은 앞으로 새로운 정보통신 혁명을 이끌 것이 분명한데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우리는 너무도 조용한 게 아닌가 싶다.

전승준 고려대 교수·물리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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