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는 지금 체감 영하69도, 극단적 이상기후 한국도 영향받는다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 양쪽에서 이상 기후가 심화되고 있다. 북반구의 미국 지역엔 살인적인 한파가, 남반구 호주에는 폭염이 들이닥치는 등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지구에 발생하고 있다.
AP, AFP 통신등 외신에 따르면, 9일 (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마운트 워싱턴 지역 기온이 영하 38도, 체감온도는 영하 69.4도까지 떨어지는 등, 미국 동부를 강타한 한파와 눈보라가 9일째 이어지면서 약 1억 명의 주민이 힘들어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과 중국 중부 후베이성과 안후이성등 북반구의 다른 지역도 20㎝ 이상 폭설이 내리는 등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반면 호주 시드니 서부 펜리스는 지난 7일 기온이 1939년 이후 가장 높은 47.3도까지 치솟았다.
지구 온난화의 악영향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걸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 대기 속 제트기류 상태와 에너지 순환 과정에 변화가 생겨 전방위적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한국도 빗겨갈 수 없는 상황이다.
● 한파와 폭염, 모두 지구 온난화 때문
북반구에서 겨울 한파가, 남반구에선 여름 폭염이 발생한 이유가 결국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주요 도시들이 몰려 있는 중위도 지방의 바람인 제트기류가 약해져 겨울에 한파를 몰고 왔으며, 흔히 태풍이나 싸이클론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열대성 저기압의 발생 빈도 역시 줄어 여름철 열순환 효율이 떨어져 폭염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먼저 북반구의 겨울을 들여다보자. 기울어진 자전축 때문에 위도에 따라 받는 태양에너지가 달라져 기압골이 생기면서 지구에는 끊임없이 바람이 분다. 적도 근방에 부는 바람을 무역풍, 저위도와 중위도 지역에 부는 바람은 편서풍, 극지방의 바람을 편동풍이라 이라 부른다.
북반구와 남반구를 통틀어 대도시들이 밀집한 저ㆍ중위도 지방의 편서풍을 달리 부르는 이름이 바로 제트기류다. 이는 저위도 지방의 아열대 제트와 중위도 지방의 한대 제트로 구분한다. 이 중 한대 제트가 강하면 극 지역에 형성된 찬 바람이 아래로 내려오지 못해 겨울철에 기온이 비교적 따뜻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최근 지구 온난화로 한대 제트가 점점 약해져 해마다 기록적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적도와 극지방의 기온 차이가 클수록 기압골의 차이가 커지고, 이에 따라 중위도 지방의 제트기류 세기가 강해져야 극지방의 매서운 바람이 남하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때문에 기온 차이가 줄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있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기후물리실험실 교수는 “동서로 강한 제트기류가 형성되면 남북으로 공기가 섞이지 않기 때문에 극 지방의 찬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구 온난화로 적도와 극지방간 기온 차가 줄어 제트기류가 약해져 한파가 찾아온다는게 기상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이는) 결국 지구기온 상승에 따른 반작용으로, 지구온난화의 역설”이라고 설명했다.
남반구의 폭염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적도와 극 지방 간 에너지 차이가 크면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해 열을 수송한다. 지구 온난화로 지역간 열적 불균형이 약화돼 열대성 저기압 수가 감소하면, 한여름에 육지 쪽의 더운 공기가 이동하지 못하고 축적돼 폭염이 지속될 수 있다. 열대성 저기압이 육지쪽으로 불어오면 재산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지구적 열순환의 관점에서 보면 열대성 저기압은 비바람을 통해 지역의 온도를 낮추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계절별로 폭염과 한파가 심해지는 등 기상관측 기록을 갱신하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지금은 북반구에 한파, 남반구엔 폭염이 찾아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2017년 여름에는 미국과 스페인 등에 45도에 달하는 더위가 찾아왔고 호주를 포함한 남반구는 한파가 찾아왔었다. 분기별로 두 곳에서 정확히 반대 상황이 번갈아가며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 지구온난화는 거짓?...남극 빙하 녹는 속도 빨라져
미국에서 9일째 지속 중인 한파가 찾아오기 바로 전인 지난해 12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새해에는 (미국) 동부에서 기록적인 한파가 올 것으로 보인다”며 “수 조 달러를 써가며 해결하려고 하는 유구한 문젯거리 ‘지구온난화’를 좀 활용하면 좋을 텐데. 모두 따뜻하게 챙겨입으시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처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온난화되어가는 지구에 도리어 한파가 닥치는 상황을 빗대 지구 온난화는 거짓이란 주장을 해왔다. 학자들은 "한겨울에 춥다고 해서 지구온난화가 없는 것이 아니며,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결과인 날씨를 일직선상에 두고 해석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라 설명한다.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증거는 계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에도 지구 온난화로 적도 부근에서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 남극의 빙붕(氷棚)을 더 빠르게 녹이고 있다는 관측 결과가 나왔다. 페르난도 파올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은 1994~2017년 사이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남극 서부 아문센해 빙붕 하부가 녹아 빙하의 높이가 5m 가량 낮아졌다고 8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빙하 주변 바다에 떠있는 빙붕은 따뜻한 해수가 빙하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데, 이런 역할을 하는 빙붕이 타격을 받으면서 빙하까지 가파르게 녹는 상황이 확인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피해를 보는 인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 의학전문지 ‘랜싯’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86~2008년 사이 지구 전체 평균기온과 2016년 지구 전체 평균기온을 비교한 결과 실제 온도가 0.4도 상승했지만 체감 온도는 0.9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추세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그로 인한 한파와 폭염, 해수면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50년에는 약 10억 명의 인구가 위험에 처할 전망이다.
● 한국도 지구 온난화 진행 중…이번주 한파 찾아와
지구 온난화 문제에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3년간 한국의 12월 평균온도는 0.3도로 1985~87년 3년간의 12월 평균온도보다 2배 가량 높아졌다. 허 교수는 “꽃이 피거나 낙엽이 지는 시기가 변할 뿐아니라, 비가 오는 날이 감소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9일부터 12일까지 북미 지역보다는 약하지만 새해 들어 첫 한파가 한국에도 찾아온다. 윤익상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영하 40도에 달하는 찬 공기가 남하해 특히 12일에는 아침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져 올 들어 가장 추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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