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갈등의 진실은]자영업자가 손댈 건 인건비뿐..'을'끼리 전쟁시키는 사회

선명수 기자 2018. 1. 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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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임대료·로열티 등은 ‘고정값’…인건비, 적게는 10% 안팎 불과
ㆍ‘점주·노동자 갈등’ 구조 아닌 자영업·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필요

올해 들어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을 놓고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와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등 고질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최저임금만을 고용 축소 등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가 임대료 등 불로소득에는 관대하면서 노동소득에는 인색한 풍조가 소상공인 대 최저시급 노동자 간의 ‘을과 을의 전쟁’으로 변질돼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는 모두 569만7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674만명)의 21.3%에 달한다. 이 중 직원이 한 명도 없는 ‘나홀로 사장’이 413만7000명으로 10명 중 7명꼴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자영업자의 3분의 2 이상이 피고용인이 없는 데다 자영업 비용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적으로 15~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나 일자리 감소는 상당 부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상가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관련 비용이 자영업자들이 고질적으로 직면한 문제인데 최저임금만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단순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부분이 ‘생계형 창업’으로 은퇴나 실업 이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뛰어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시장 과포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 2년 이내에 자영업에 뛰어든 10명 중 3명은 종잣돈이 500만원도 안될 정도로 영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창업 이후 3년 뒤 평균 자영업 생존율은 37%에 그친다. 특히 이런 영세 자영업은 요식업 등 경쟁이 심한 업종에 쏠려 있고 자본이나 기술력 없이 저임금 노동에만 의존해 매출이 줄면 인건비부터 손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자영업은 많이 창업하고 많이 폐업하는 ‘다산다사형’ 구조여서 일자리 감소가 최저임금 인상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업종 쏠림과 과당 경쟁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최저임금 지급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에는 고용정책 등 별도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퇴출이 자영업 과당 경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에서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갈등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저임금에 의존하는 자영업과 중소기업이 과당 경쟁을 벌이는 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구조조정 충격을 완충하려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아니라 이를 상쇄할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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