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둔 방한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임종석 UAE 방문 의혹

김태규 2018. 1. 9. 18: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칼둔 방한 시 의혹 해소될 것이라는 靑…유야무야 봉인 수순
靑 "과거 문제 다 해소된 것으로 평가…논의 과정서 봉인할 수도"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만나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1.0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청와대는 당초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방한을 계기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특사 방문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칼둔 청장이 청와대를 방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났으나, 임 실장 방문 관련 의혹이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에서 바라카 원전을 수주할 당시 UAE와 군사협력문제를 매듭졌던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원전 수주 대가로 비밀군사협약을 체결했다고 직접 토로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청와대가 관련 의혹을 일부러 눈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칼둔 청장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1박2일 한국을 방문 중이다.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잇따라 만났다.

이날은 임 실장과의 3시간30분여에 걸친 회동을 통해 한·UAE 양국간 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했으며,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UAE 왕세제의 친서를 전달했다.

청와대는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의 회동 후 브리핑에서 양국간 실질협력을 포괄적·전면적으로 심화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나가자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고위급 소통채널의 유용성 확인 ▲양국 외교장관 전략대화 활성화 ▲한·UAE 경제공동위원회 활성화 등을 합의한 것을 청와대는 이날 회동의 성과로 꼽고 있다.

아울러 외교·경제 채널과는 별도로 차관급 이상이 참여하는 외교·국방 2+2 전략대화를 만들어 필요한 부분은 논의를 해나가기로 합의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이 서로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해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또 중동으로의 우리 기업의 진출계획 등에 대해서도 칼둔 청장이 스스로 자문을 심도있게 하는 정성을 보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 실장과의 회동 결과와 전날 있었던 칼둔 청장의 행보를 종합해 보면 방한 목적이 '비즈니스 차원의 미팅'에 더 가깝다는 정치권의 해석에 무게가 더 실린다. 청와대가 밝힌 양국간의 실질협력 강화라는 것은 결국 UAE에 진출해 에너지·건설 분야에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이권 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UAE가 반대급부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충족없이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내줄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이날 회동에서 양측이 공개하지 않은 부분이 더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청와대의 설명은 칼둔 청장의 방한을 계기로 임 실장의 지난달 UAE 방문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전 정권 비리 연루설, 원전사업 무마설, 군사협력 갈등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민감한 외교적 사안이라는 이유로 함구하며 모든 의혹은 칼둔 청장의 방한 이후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가 보인 대응 논리는 미래관계 관해 긍정적 합의결과가 있었으니 과거 정부에서 발생한 의혹은 해소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식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애초에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이니,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은 양국간 긴밀한 얘기를 많이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한·UAE간 관계 발전은 예정돼 있는 것이고 그 속에서 논의하다보면 (봉인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불거진 비밀군사협약 문제를 덮고가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봉인이라는 게 완전히 덮고 아예 끝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발생한 문제에 대해) 서로 인정하고 앞으로 관계 발전해 나가는 속에서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하는 것도 봉인"이라며 "(향후 방침에 관한) 일관된 답변은 '논의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청와대가 의혹 해소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데에는 이날 오전 군사협력 갈등 의혹의 중심에 서왔던 당사자가 직접 관련 사실을 증언한 것이 청와대의 운신의 폭을 더욱 좁히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기 위해 UAE에 군사적 어려움이 있을 경우 한국군이 UAE를 자동으로 돕는다는 내용의 군사협약을 자신의 주도로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일부 언론과 김종대 정의당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했던 주장을 당사자가 직접 확인한 것으로 그동안의 미스테리로 남았던 임 실장 행보의 퍼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중동분쟁에 자동개입 될 소지가 있는 불합리한 협약을 바로잡을 수 밖에 없었고 이를 위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임 실장이 거듭 UAE를 방문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UAE가 중동국가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양국 사이에 군사·외교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을 풀기 위해 임 실장이 직접 움직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은 공식 채널에서는 해결이 안됐기 때문에 대통령에 준하는 임 실장이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이 각각 UAE와 한국을 방문한 계기로 양국간 고위급 소통 채널의 유용성을 확인했다고 긍정평가한 것도 향후에도 임 실장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 계속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쨌든 우리 입장에서는 미래지향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 만큼 그것으로 과거 문제가 다 해소됐다고 본다"면서 "이것을 봉합이라 할 수도 있고 해소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yustar@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