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사라진 '죽음의 바다' 70년간 4배 늘어..생태계붕괴 위험

최민지 기자 2018. 1.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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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50년 이후 산소가 완전히 사라진 ‘죽음의 바다(Dead Zone·데드 존)’가 4배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기간 산소량이 매우 부족한 바다는 10배 이상 늘었다. 모두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유네스코 정부간 해양학위원회가 바다의 산소 손실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조직한 국제연구팀 연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연구진은 산소가 없는 바다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없으며, 이는 곧 바다에 의존하는 수억 명의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50년간 전세계 해안 주변에서 저산소 현상이 나타난 지역은 10배나 증가했다. 프랑스 |로이터연합뉴스

산소는 생명의 기초다. 개별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주요 영양소와 탄소의 세계적 순환을 조절한다. 바다에서도 산소의 중요성은 다르지 않다. 산소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해양생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연구 결과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바다는 산소의 약 2%를 잃었다. 770억t에 달하는 규모다. 산소가 고갈된 바다의 면적은 1950년 이후 급격히 넓어져 유럽연합 전체 면적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1950년까지 50곳 미만으로 보고됐던 연안의 데드 존은 최근까지 500곳으로 늘었다.

보고서는 가까운 바다와 먼 바다의 저산소 원인이 각각 다르다고 분석했다.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는 농업, 하수, 화석 연료의 연소 등으로 인해 축적된 질소와 인산 등 영양분이 원인이 됐다. 연안에 쌓인 영양분은 해조류 등의 성장을 자극한다. 이 생명체가 죽을 때 그것을 분해하는 박테리아들은 물 속의 산소를 소비하게 된다.

먼 바다의 경우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따뜻한 물은 그렇지 않은 물보다 산소용해도가 떨어진다. 산소를 덜 붙잡게 된다는 것이다. 바다 표면의 온도가 올라가면 산소가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기도 어렵다. 미생물 호흡에 의한 산소 소비 또한 빨라진다.

연구에 참여한 국제해양연구소장 블라디미르 라비닌은 “영양 적재와 기후 변화의 결합은 먼 바다와 가까운 바다의 ‘죽은 지역’의 크기와 수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바다 산소분포도.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이 저산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지역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지 홈페이지

산소가 사라진 바다에서는 그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다. 해양생물은 산소가 적은 지역을 피하게 되고, 결국 그들의 서식지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산소 고갈이 덜한 곳에서도 성장을 방해하거나 생식을 방해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생물 멸종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바다 내 산소 부족은 생태계 외에도 바다에 의존하는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전세계 5억 명 이상의 인구가 바다를 통해 생계를 꾸린다.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리사 레빈 박사는 “저산소 현상은 관광과 호텔, 레스토랑, 택시 등과 같은 모든 서비스에 엄청난 손실을 끼친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아직 희망은 있다. 연구에 참여한 해양생태학자 데니즈 브릿버그는 “이것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기후 변화를 막는 데에는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역적인 조치만으로도 영양분 함유된 산소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동부의 체서피크만을 사례로 들었다. 체서피크만은 한때 거대한 ‘죽음의 지역’이었지만, 하수 처리법과 농사법 개선으로 이전의 산소량을 회복한 곳이다.

브릿버그는 “기후변화에 제동을 거는 것은 벅차보일 수 있지만, 바다 산소 감소를 막고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들을 구하는 데 중요한 일”이라며 “세계적이고 지역적인 규모의 산소 변화가 해양 생물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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