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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태영 "UAE와 군사협약 내가 책임지고 비공개 하자 했다"

송승환 입력 2018.01.09. 06:45
MB정부 국방장관, 비화 첫 공개
"당시로선 국익 위한 최선의 선택
국회 비준 없인 군사 개입 못 해"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으로 촉발된 한-UAE 갈등설의 진원지가 이명박(MB) 정부시절 맺은 비밀군사협정 때문이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당시 협정체결의 배경을 상세히 공개했다.

김 전 장관은 MB 정부의 국방부 장관(2009년 9월~2010년 12월)으로 UAE를 세 번 다녀오면서 UAE와의 군사협력 문제를 매듭지은 당사자다. 김 전 장관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UAE와 비밀 군사협정을 맺은 경위에 대해 “섣불리 국회로 가져가기보단 내가 책임지고 (비공개 군사)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며 “지금 시각에선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그땐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김 전 장관은 협약 내용 중 UAE의 유사시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조항에 대해 “그렇게 약속했다”면서도 “실제론 국회의 비준이 없으면 군사개입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양국 간 오해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키우지 않으려고 그동안 발언을 삼갔다”며 “정권과 정당을 떠나 국익을 위해 청와대가 UAE와의 신뢰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MB 정부 관계자가 이번 사안의 진상에 대해 입을 연 건 김 전 장관이 처음이다. 이번 인터뷰는 7일 밤 경기 용인의 김 전 장관 자택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2009년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사업 수주 당시 상황이 어땠나. A : 2009년 우리는 UAE 원전 수주를 반드시 해야 했다. 당시 UAE 원전 사업은 거의 프랑스에 넘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과거 중동 지역 공사 현장을 많이 다닌 전문가다. UAE 왕세제에게 협조를 구해 보니 가능성이 보였다.

Q : 어떻게 UAE를 설득했나. A : 한국이 UAE에 ‘올인(all-in)’한다는 걸 보여줬다.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여러 명이 영향력 있는 사람을 모두 데려가 총력전을 폈다. UAE가 원전 사업만 넘겨준다면 모든 걸 한국 수준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설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12월 26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해 모하메드 왕세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Q : 원전 수주 과정에서 군사협약이 왜 필요했나. A : UAE 측은 한국이 UAE의 안보를 위해 무엇에 기여할 수 있는지 물었다. UAE는 돈이 많고 땅도 넓지만 인구가 600만 명 정도밖에 안 돼 안보에 늘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외국 군대를 자국에 주둔시키고 싶어 한다.(당시 원전 계약에 참여한 관계자는 “원전과 군사협약은 패키지 딜이었다. 군사협약 없이는 원전 수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Q : UAE의 구체적 요구 조건이 뭔가. A : UAE에 군사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한국군이 UAE에 와 주는 거였다. 평소엔 UAE군의 훈련을 돕거나 무기를 관리하는 역할 등이었다.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가 한국 특전사 부대의 시범을 보고 반해서 파병을 요청한 것도 있다.

Q : 원전 사업과 달리 군사협력은 국가 간 민감한 영역이다. A : 우리가 계산했을 때 서로 국익에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협약을 체결했다. UAE는 오랜 기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나라다. 위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고 만약 발생해도 북한과의 관계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UAE가 마련한 시설에서 한국군이 교육·훈련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파병도 반드시 군사적인 위협 때문에 하는 것만은 아니다. 양국의 국익에 도움 된다면 파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도 이런 이유로 파병을 한다. 그러나 국회에선 반대가 심했고 어렵게 설득했다.(특전사 병력을 중심으로 한 아크부대 파병 동의안은 2010년 12월8일 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통과됐으며 아크부대 1진은 2011년 1월 11일 UAE로 파견됐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중앙포토]

Q : UAE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 조항은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A : 이렇게 생각하자. UAE와는 형제처럼 가까운 나라가 되기로 한 거다. 그런 차원에서 UAE에 어려움이 생기면 돕기로 약속했다. 그렇다고 만일 UAE에 한국군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국회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다.

Q : 그래서 국회의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을 맺었나. A : 국회의 비준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제일 큰 문제는 국회에 가져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공들인 게 다 무너지는 거다. 그래서 내가 책임을 지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 실제 문제가 일어나면 그때 국회 비준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시각에선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2009년엔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 UAE와 우애·신뢰를 쌓기 위해 비공개로 추진한 것뿐이었다.

Q : 한국이 미국 몰래 UAE와 군사협력 관계를 맺어서 주한미군이 뒤늦게 화를 냈다는 의혹도 있다. A :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시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과 매주 조찬을 했는데 그런 소릴 들은 적 없다.

Q :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갑자기 UAE와의 관계에 마찰음이 생긴 이유가 뭔가. A : 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UAE에 간 줄도 몰랐다. 나중에 국방일보 장관 동향 단신을 보고 알았다. 나한테 전화라도 한 번 했으면 한국과 UAE의 관계에 관해 설명해 줬을 것이다. 아마 적폐청산한다며 과거 문서를 검토하다가 비공개 군사협약을 오해한 거 같다. 꼼꼼히 따져봤다면 안 해도 될 행동을 UAE에서 한 것 같다. (송 장관이) UAE에 가서 약속을 바꾸자고 하자 UAE 왕실이 자존심이 상해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하지 않았나 싶다.(김 전 장관과 송 장관은 과거 영동 지방에서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어 친분이 두텁다.)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비트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8일 오후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국회를 떠나고 있다. 강정현 기자

Q : 한국-UAE 관계가 어떻게 될까. A : 지금은 UAE와 관계가 깨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지금 청와대와 정부가 수습을 나름대로 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를 키우지 않고자 그동안 말을 아꼈다. 정권과 정파가 달라도 국익은 국익이니까. UAE 왕세제의 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방한한 뒤 경우에 따라선 UAE와 더 파격적인 협약을 맺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혀 손해 보는 건 없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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