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로봇의 진화..말벗도 되고 재활도 돕고
길병원 AI 페퍼, 암센터 예약..경희대, 자율주행휠체어 개발
실버케어시장 의료로봇 확산..노약자 보행보조, 청소·서빙
반려동물 역할하는 재활로봇, 수술로봇 국산화시대도 개막
학생처럼 다소곳이 앉은 어르신 환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선생님'을 바라본다. 한마디 할 때마다 신기해하고 박장대소가 터진다. 서울 강남구 치매지원센터에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선생님은 바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치매 예방 로봇 '실벗(silbot)'이다. 치매지원센터에서 근무(?) 중인 실벗은 17개 인지치료게임을 통해 환자의 기억력과 주의력, 인지력을 향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얼굴 생김새와 표정을 인식할 수 있어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고 기쁨, 화남, 슬픔, 놀람 등 10가지 이상의 기분을 표현할 수 있다.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로봇이라고 하면 흔히 의사의 수술에 도움을 주는 로봇 정도를 떠올리지만 4차 산업혁명 바람을 타고 의료로봇 영역이 의료 현장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병원뿐 아니라 고령화 시대에 확대되는 실버케어 시장에서도 의료로봇 역할이 커지고 있다.
2016년 12월 국내 최초로 IBM이 만든 인공지능(AI) 의사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0월 인공지능 로봇 '페퍼'를 1층 로비에 배치했다. 폐퍼는 암센터 예약·이용 안내는 물론 환자들과 나이 맞히기 게임을 하는 등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병원 추진단'이라는 사업부까지 신설한 길병원은 앞으로 병원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 로봇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은 "간호사가 진료에 사용할 물품 등을 정리정돈하는 데 근무시간의 30%를 사용한다, 이런 부분에 로봇을 활용하면 간호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물리치료·배식 등 병원의 모든 부분에 로봇을 도입해 환자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희의료원은 인공지능 스타트업 '트위니'와 손잡고 인공지능 '챗봇'(채팅과 로봇 합성어)이 병원 방문 전 상담부터 진료 후 관리까지 24시간 지원하는 '인공지능 모바일 문의센터'를 오픈한다.
경희의료원은 로봇이 암환자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병원 내 검사실 등 위치를 안내하는 등 환자 편의를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경희의료원은 올 상반기에 로봇 시스템을 시범 적용한 뒤 7개월간 현장 의견 수렴·개선을 거쳐 오는 8월 개원하는 후마니타스 암병원과 병원 전체에 적용할 방침이다. 경희의료원은 국내 병원 최초로 자율주행 휠체어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길연 경희의과학연구원 부원장(경희의료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은 "올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완료한 뒤 기존 전동 휠체어를 개조해 자율주행 테스트를 할 예정"이라며 "테스트가 성공적이면 내년에 새로 디자인하고 설계해 2020년께 자율주행 휠체어를 실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수술용 로봇 '다빈치'가 독식하던 수술용 로봇시장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래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수술 로봇시스템 '레보아이(Revo-i)'로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내시경 수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제품으로는 다빈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큐렉소도 인공관절 수술로봇 '티솔루션원' 판매 허가를 받고 부산센텀병원에 공급할 예정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재활로봇과 실버케어 로봇 연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원격의료로봇 '비타(Vita)'는 UCLA 메디컬센터와 성요셉 메디컬센터 등에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휠체어에 부착하는 로봇 팔 '자코(JACO)'는 사람의 팔과 유사하게 움직이면서 일상생활을 돕는다.
도쿄대와 게이오대 등이 공동 개발한 인공 팔 '프로스테시스'나 서울대에서 개발한 노약자를 위한 보행보조로봇 등도 대표적인 재활로봇이다.
실버케어 로봇은 청소, 서빙 등 집안일을 보조하거나 개인 신체·심리 상태를 파악해 고령자는 물론 가족과 간병인의 부담을 덜어준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 혼다의 케어로봇 '아시모(ASIMO)'는 음식 서빙, 전등 소등 등 집안일에 특화된 로봇이다. 일본 리켄사가 개발한 곰 얼굴 모양의 '로베어(ROBEAR)'는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을 휠체어로 옮기거나 혼자 움직이기 힘든 환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는 노인센터에서 같이 생활하며 노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범 모양의 애완로봇 '파로(PARO)'는 실제 반려동물과 비슷한 행동으로 고령자 심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개발됐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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