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손학규 "호남 중진 일부 이탈해도 바른정당과 통합해야"
'나를 따르라' CEO식 정치 곤란
반통합파 신당 땐 '호남 자민련'
문 대통령 '기우제 정치'로 흘러
마음은 알겠는데 비가 와야지
━ "바른정당과 통합해 중심 잡으면 호남도 박수칠 것"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7일 “(호남 중진이 개혁신당으로) 일부 이탈해도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에 힘을 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치란 일반 국민의 여론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앞장서 결정하고 국민을 끌고 가야 한다. 통합해서 제3 세력의 중심을 잡으면 호남도 박수칠 거라는 걸 호남 중진도 알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안철수 대표도 더 양보하고, 더 내려놓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보고 (호남 중진과)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Q : 현재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분당 직전이다. 왜 그런가. A : 백범 선생이 '산에 나무가 하나만 피느냐, 들에 꽃이 하나만 피느냐'고 하셨다. 서로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거다. 안철수 대표와 호남 중진을 만나보면 양쪽에 내용상으로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감정의 골이 깊은 거 같다. 안 대표가 조금 더 양보하고 소통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본거지이자 통합의 중심지였던 호남의 중요성을 안 대표도 모르지 않을 거다.
Q : 양쪽 모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 아닌가. 결국 분당해야 한다면 양쪽 중 어디를 택하겠는가. A : 분당한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직도 통합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Q : 통합반대파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보수야합이라고 주장한다. A :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종필 전 총리와 연합을 했다. 그 안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를 만들었다. 정체성 문제는 어떻게 정치를 이끌어 나갈지가 중요하지, 너는 빨갛고 나는 아니다라고 하는 게 아니다.
Q : 그간 안 대표의 행보를 평가한다면. A : 안 대표가 통합을 선언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용기를 낸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창당 당시, 또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 대표를 따랐던 상당수 호남 정치인이 왜 지금 배신감을 말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치라는 게 사람을 상대로 하는데 (안 대표는) 사람에 대한 깊은 존중이 적었다. 정치는 기업의 CEO가 아니다. ‘내가 결정했으니 무조건 따르라’고 해선 안 된다.
Q : 개헌에 대한 생각은. A : 6월 지방선거 때 하자고 하는 데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본질은 권력 분산을 만들어내느냐다. 현행 체제를 유지한 채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건 제왕적 대통령을 5년에서 8년으로 늘리는, 개악이다.
Q : 문재인 정부 8개월을 평가하자면. A : 문 대통령 진심이야 누가 모르겠나. 어려울 때 소통하려는 노력은 감명 깊다. 다만 ‘기우제 정치’라고 해야 할까. (대통령의) 마음은 알겠는데 결국은 비가 와야 하니 쉽지 않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적폐청산이 제도와 구조로 이어지지 않는 건 아쉽다. 또한 여전히 대통령이 모든 걸 만기친람을 하고 있다. 임명 안 된 산하기관장이 얼마나 많은가.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에선 통합과 타협의 여지를 별로 볼 수 없다. 무조건적인 협조가 아닌, 진정한 협치가 필요하다.
최민우ㆍ안효성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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