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시시각각] '평창 개막식'의 꿈같은 한 장면
김정은과 회담보다 절실한 국민통합
평창 가는 길은 여전히 불안하고 불확실하다. 2월 9일 올림픽 개막식을 전후해 북한이 미사일이라도 한 발 쏴 올리면 평창의 평화는 그날로 말짱 도루묵이다. 이럴 때 요동치는 선박을 안정시킬 평형수(平衡水)가 국민통합력이다. 분열과 갈등, 미움과 보복의 나라는 외부의 충격에 쉽게 뒤집힌다.
평창의 평화는 남북대화와 남남 통합의 두 날개가 펴져야 앞으로 간다. 문 대통령이 일부 지지층만 설득하면 쉽고 빠르게 도달할 통합의 방법이 있다. 올림픽이 열리기 열흘 전쯤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한다. 평창 개막식에 같이 참석하자고 제안한다. 많은 국민은 정파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문 대통령의 포용력과 개방성에 또 한번 놀랄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은 분도 저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그때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은 1900만 명(투표자의 57%)이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찍은 사람은 1100만 명. 이 중 다수는 이명박이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평창 개막식에 참석하길 바란다. 전·현직 대통령의 평창 등장은 지상 최악의 안보 위기에도 굴하지 않는 한국 국민의 굳건한 통합성과 애국심을 상징한다. 수십억 명 세계인이 감동할 꿈의 장면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골수 지지층은 적폐의 출발이요 청산의 목표인 이명박을 왜 대접해 주느냐고 흥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의 적폐는 증명되지 않았다. 청산의 목표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문화와 시스템이어야 한다. 문재인 지지층에 퍼져 있는 ‘노무현이 이명박의 정치보복 때문에 자살했다’는 명제도 도그마에 불과하다. 누구보다 문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 그는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치른 뒤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보복에 의한 타살로까지 주장하고 싶지 않다”(6월 2일자)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지 말라고 했다든가 검찰에 봉하마을 방문조사 지침을 준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에 출두한 건 스스로의 결단이었다. 따라서 현재 친노·친문 세력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이명박을 구속해야 노무현의 복수가 완성된다’는 믿음은 실제 사실과 관계없다. 허위의식이다.
평창은 놀라운 선물이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한반도 위기 탈출의 매혹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평창 선물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계신지. 평창의 도전은 노무현 대통령 때 두 번 실패한 뒤 이명박 대통령이 세 번째 달려들어 성공했다. 그는 200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1인 사면’해 부담을 백배 주고 뛰게 했다. 2011년엔 본인이 IOC 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날아갔다. 김연아와 한국 프레젠테이션 대표팀의 일원이 돼 개최권을 따냈다. 평창의 열매는 문 대통령의 몫이 됐다. 평창의 씨앗을 뿌린 이명박·이건희의 땀과 눈물이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의 계속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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