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다시 뜨는 달 .. 불붙는 세계 각국 우주개발 경쟁

2018. 1. 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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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업 우주개발 참여 크게 늘고
미국은 먼 화성 대신 달탐사로 귀환
중국, 달 뒤편에 탐사선 착륙 계획
국가간 합종연횡서 뒤지지 말아야

━ 커지는 우주산업

달기지
2017년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 발사 6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동안 우주개발은 크나큰 변화를 가져왔다. 전 세계 무선통신과 방송중계를 가능하게 한 통신방송위성은 물론이고, 하루하루의 날씨 예보와 태풍 등 재난예방을 위한 기상위성,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용 위성항법시스템, 국가 안보에 핵심 역할을 하는 지구관측 위성 등 우주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가정생활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 역시 지속해서 증가해 2016년 기준 3391억 달러(약 366조원) 규모이며, 2010년( 2765억 달러)에 비해서 23% 커졌다. 우주개발은 최근 들어 더욱 빠르게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의 우주개발 변화는 크게 우주의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및 민간에 의한 우주상업 시대의 개막, 화성탐사에서 유인 달 탐사로의 회귀, 그리고 우주안보의 중요성 증대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은 세계 우주개발 역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중요한 시기였다. ICT 기술이 우주기술에 융합되고 개발비용 절감을 위한 우주기업들의 혁신이 본격화된 시기로서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활발히 출현하고 있다. 대규모 소형위성군을 활용한 관측 및 통신 산업이 대표적이다. 2010년에 창업한 미국의 ‘플래닛’은 현재 약 5㎏ 무게의 소형위성 175개를 운영하면서 관측 영상을 제공하며 관측대상의 변화를 분석·예측하는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통신위성 운용업체인 미국 ‘원웹’은 내년이면 600여기의 소형위성을 발사해 2027년까지 디지털 소외지역이 없도록 전 세계를 인터넷망으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런 변화는 혁신적 기업가들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우주개발 혁신의 아이콘이며,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이기도 일론 머스크는 우주통신 사업에도 참여해 2019년까지 총 4425기의 소형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호주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서는 향후 7년 안에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이미 발사체의 1단을 회수해 재사용함으로써 발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실현한 바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역시 ‘블루오리진’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올해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여행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들 혁신적 기업가들의 열정은 그동안 정부의 전유물이었던 우주 분야에서 민간 기업들에 의한 새로운 우주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우주산업
정부 분야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변화는 우주 탐사의 방향전환이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달을 ‘이미 가본 곳’으로 규정하고 화성 탐사에 모든 역량을 집결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 아폴로 17호 이후 중단되었던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화성에 우주인을 이주시켜 거주하기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보고, 지구에서 보다 가까운 달을 중간 기착지로 재설정한 것이다.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줄 거주시설을 구축해 검증하고, 달의 지표로부터 물과 공기 및 휘발성 연료를 추출해 화성으로 가는 연료를 생산하는 기지로도 사용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달에 사람을 다시 보낸다는 내용이 포함된 우주정책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NASA는 45일 내에 구체적인 달·화성 탐사 계획안을 마련해 보고할 계획이다.

중국의 경우도 올해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창어 4호를 착륙시킬 계획이다. 중국은 세계 세 번째로 2013년 창어 3호를 달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2008년 달탐사선 찬드라얀 1호 발사에 성공한 인도는 올해 달 궤도선, 착륙선, 로버로 구성된 찬드라얀 2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일본도 2007년 발사한 달 탐사선 셀레네 1호의 후속 탐사선인 셀레네 2호를 올해 안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또한 유럽우주청(ESA)은 ‘문 빌리지(Moon Village)’라는 개념을 착안해 정부·기업에 상관없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달 기지를 구축하자며 ‘문 빌리지 어소시에이션’이라는 민간비영리 기구를 출범시켰다.

또 하나의 우주개발 트렌드는 우주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우주 자산에 기반을 둔 국가 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작전의 입안에서부터 지휘통제, 실제교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국면에서 우주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지구관측위성과 위성 영상정보를 활용해 상대방의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미사일 유도와 무인항공기 관제에도 위성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위성통신 능력 강화로 1990년 걸프전 때 목표발견에서 공격까지 평균 하루가 걸렸다면, 2003년 이라크전 때는 이 시간이 평균 11분까지 단축됐다. 무기유도, 영상정보 위성, 신호감청정보 위성, 조기경계경보 위성, 통신위성 등 다양한 우주자산은 국가안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가 간에도 우주안보 구축을 위한 협력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미사일 방어와 우주 상황인식(SSA) 정보교환, 미국과 호주는 우주감시협력, 미국과 캐나다는 SSA 파트너십, 프랑스와 독일은 지상 레이더 감시시스템을 체결했다.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미래전략본부장
그동안 한국은 아리랑 지구관측위성, 천리안 기상위성 등 국가안보 및 공공목적 수행을 위한 인공위성 개발에 성공했으며, 선진국에 근접하는 기술 능력을 축적해 가고 있다. 무술년(戊戌年)인 올해는 한국형 발사체의 75t급 엔진 시험발사도 예정돼 있다. 또 2020년을 목표로 달탐사선도 개발 중에 있다. 그러나 세계의 우주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으며,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우주를 선점하는 국가가 미래를 선점하는 국가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주관측 데이터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며, 우주기술이 없이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 나갈 수는 없다. 우주개발 60주년을 보내면서, 비록 한국은 20여년의 역사를 가진 우주 청년국가이지만, 젊은 패기와 역동성으로 우주경쟁에서 뒤지지 않게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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