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공개한 2017년 세법개정 후속시행령 개정안에서 오는 4월부터 시행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예외사유를 대폭 규정함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주택 처분 부담을 덜게 됐다. 또 4월 이전에 분양권과 지방 주택을 처분하려던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덜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입주물량 증가로 4월 이전에 양도세 회피 매물이 쏟아질 경우 충격이 우려되던 지방 부동산 시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8일 입법예고하는 세법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다주택자는 4월부터 서울 등 40곳의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팔 때 최고 62%의 양도세를 물게 된다. 하지만 3주택 보유자의 경우 수도권·광역시·세종시 외 지역의 3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방의 공시지가 3억원 이하 주택은 아예 보유 주택 수를 계산할 때 빠지게 된 것이다.
또 2주택 보유자가 부산 7개구나 세종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 산 집을 취학, 근무상 형편, 질병 요양 때문에 팔 때에도 예외가 인정돼 양도세 중과에서 제외된다. 올해부터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분양권을 팔 경우 일괄적으로 50%의 양도세를 물리도록 했던 것도 30세 이상 무주택자이거나 30세 미만이어도 배우자가 있는 경우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같은 양도세 중과 예외 사유의 공통점은 주택이나 분양권을 구입한 실수요자들을 구제해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계부채와 입주물량이 많은 데다 금리 인상이 동반되고 대출 규제 강화도 본격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또 3주택 이상자가 보유한 수도권, 광역시, 세종시 이외 지역의 양도 당시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을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의 혼란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 부동산은 최근 아파트값 하락 폭이 커진 가운데 입주물량 증가로 ‘입주 폭탄’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각종 규제 정책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도를 압박하자 지방 등 호재가 없는 지역의 집부터 처분하고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에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는 쪽으로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4월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지방에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다급하게 처분하려고 가격을 시세보다 큰 폭으로 낮춰 내놓는 ‘투매’ 현상이 벌어질 경우 지방 부동산 시장이 더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지방의 3억원 이하 주택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외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런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방 부동산의 가격 하락이 불가피했지만 이번 예외사유로 인해 단기간에 큰 하락 폭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세법시행령 개정안에서 주목받는 내용은 무주택자의 분양권 전매 시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분양권 양도세 중과는 지난해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받는 8·2 대책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분양권을 전매할 때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50%의 양도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신규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분양을 받은 사람이 많았던 점을 감안해 이번에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 배제 대상이 신설되면서 잔금을 치를 능력 없이 계약금만 갖고 청약시장에 들어간 분양권 소유자의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아울러 분양권 양도세 중과 부담으로 수요자들이 아파트 청약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지만 이번 세법시행령 개정으로 인기 지역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을 받으려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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