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무일식 검찰 개혁..대검, '이의제기 절차' 2일 시행

김영민.정진우 2018. 1. 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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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부 지시, 수사검사 이의제기 등
서면 형태로 시스템화해 보존키로
"미국처럼 즉각 메모 형태로 보존해야"
예전부터 문 총장 소신으로 알려져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무일(56ㆍ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이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검찰 내 의사결정 투명화 방안’이 새해 들어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수사기관처럼 일선 검사의 이의제기 권리를 시스템화해 ‘윗선’ 지휘부의 외압 등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줄이겠다는 의도다.

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검은 지난해 말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에 관한 예규 제918호를 신설, 지난 2일 시행에 들어갔다. 검찰 내부와 법조계에선 그간 검사의 이의제기 권리 조항이 사문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검찰청법 제7조 2항은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부)지휘ㆍ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이견이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하는지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규에 따르면 일선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는 ‘이의제기 전 숙의→이의제기서 제출→기관장 조치’ 등 총 3단계로 구성된다(사진 참조). 우선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지휘ㆍ감독을 놓고 상급 검사와 일선 수사검사 사이 이견이 발생했을 경우, 숙의 과정을 거친다. 숙의를 통해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일선 검사는 서면 형태의 이의제기서를 제출할 수 있다. 공식 절차를 거쳐 이의제기를 받은 해당 기관장은 발생 사실, 조치 내용을 상급 검찰청(지검장ㆍ고검장ㆍ총장)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일선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를 제도화한 대검의 이의제기 관련 각종 서류 일체. [사진 대검찰청]
기관장이 이의제기를 신청한 해당 검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금지된다. 특히 이의제기와 관련한 서류 일체는 10년간 보관토록 규정했다. 이의제기 과정에서 선ㆍ후배 검사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각종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의사소통 투명화 방안은 “수사 검사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문무일 총장에서 의지에서 마련됐다. 검찰이 그간 일선 담당 검사의 판단보다는 조직 논리나 ‘윗선’의 의중에 우선해 수사의 결론을 내린다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제주지검에서 발생한 ‘압수수색 영장 회수 사건’이다. 지난해 7월 제주지검 소속 A검사는 “사기사건 수사 과정에서 지휘부가 수사검사도 모르는 사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도로 회수했다”며 내부 전산망을 통해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제주지검장인 이석환 청주지검장(54ㆍ21기)과 해당 사건의 변호를 맡은 김인원(56ㆍ21기)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대검 감찰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미 접수된 압수수색 영장청구서를 회수해 결정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이 지검장에게 검찰총장 명의의 경고 조치를 내렸다.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상급자의 지시를 어기고 ‘무죄 구형’을 했다가 징계를 받았던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 검사 역시 징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까지 모두 승소했다.

문 총장은 평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일선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가 보장돼있고, 지시받은 사항은 즉각적으로 메모해 기록으로 보존한다”며 “명확한 문서가 아닌 구두로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 검찰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지론을 밝혀왔다. 미국 연수 시절과 대검 선임연구관 시절 미국 검찰의 실례를 연구하면서 이의제기 절차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제임스 코미 전 미 FBI 국장. [중앙포토]
미국은 각급 검찰 사이에 철저하게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된다. 이들 사이의 인사 교류도 없다. 지금은 명문 규정에서 사라졌지만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 이하 검사들이 위계질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각급 검찰청 사이에 인사 이동이 활발한 한국과는 다르다.

제임스 코미(사진)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해임 직전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연방검사 출신인 코미 국장이 상급자와 갈등이 빚어졌을 때 기록을 남기는 게 몸에 배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대검의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결재권자와 수사 검사의 이견을 문서로 남기도록 의무화하면 청와대ㆍ법무부 같은 힘 있는 기관의 외압을 거부할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ㆍ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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