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짙은 영화 일람한 문대통령

박정엽 기자 2018. 1. 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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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7일 1987년 6월항쟁 관련 시대적 배경을 그린 영화 ’1987’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1987’을 고(故) 이한열 열사 모친인 배은심 여사, 고 박종철 열사의 형인 박종구씨 등과 함께 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화 관람에 앞서 영화를 연출한 장준환 감독, 출연했던 배우 김윤석·하정우·강동원씨, 제작사 대표, 시나리오 작가 등과 함께 1987년 당시 민주화 운동에 대한 경험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영화 후에는 일반 관객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후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오찬 간담회에는 소설가 서유미씨, 시인 신동옥씨, 연출가 윤시중씨, 공연기획자 정유란씨, 여배우 김규리씨 등이 참석했다.

◆ “세상은 한번 항쟁으로 안 바뀌어”…또 눈물 보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영화 관람 뒤 “영화 ‘택시운전사’의 세상을 6월 항쟁으로 끝을 내고, 그 이후 정권 교체를 하지 못해 여한으로 남게 된 6월 항쟁을 완성한 게 촛불항쟁”이라며 “한순간에 세상이 바뀌지 않고, 항쟁 한번 했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영화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대사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였다. 6월 항쟁 등 엄혹했던 민주화 투쟁 시기에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이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였다”며 “촛불 집회에 참석할 때도 부모님이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신 분이 많을 것이며, 지금도 ‘정권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게 있느냐’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봤다”며 “재미·감동·메시지 어느 하나만 이뤄도 참으로 대단한 영화인데, 3가지를 모두 겸비한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때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고 나서 “인간적인 왕의 모습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봤다”며 5분 넘게 눈물을 흘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화 예술인과 오찬간담회를 하며 “블랙리스트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2012년 대선 때 저를 지지하는 활동을 했거나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단순한 이유 하나로 오랜 세월 고통을 겼었다”며 “세월호 관련해서도 많은 분이 고초를 겪었는데 제가 2012년 대선 때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면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라는 늘 회한이 있다”고 했다.

◆ 정치색 짙은 영화 일람한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영화를 관람한 것은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5·18 광주항쟁을 그린 ’택시운전사’를 관람했고, 10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워킹맘의 애환을 담은 ‘미씽, 사라진 여자’를 관람한 바 있다.

18대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11월엔 '남영동 1985'(감독 정지영)를 관람했고, 야당 의원 시절인 2014년 1월에는 '변호인'(감독 양우석)을 관람했었다.

문 대통령은 이로써 '남영동 1985','변호인',’택시운전사’, '1987'로 이어지는 정치색 짙은 영화를 일람한 셈이 됐다.

이 영화들은 문재인 정부 주도세력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주요 사건·인물에 대한 2010년대식 해석을 담고 있다.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지역 민주화운동 그룹을 묘사했고,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전 의원과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각각 다뤘다.

정치권에서는 '1987' 공개 관람이 이미 대세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강남의 한 영화관에서 박상기 법무부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과 함께 이 영화를 봤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지도부도 이 영화를 이미 봤거나 볼 계획을 잡아 둔 상태다.

◆ '윤석열'처럼 묘사된 '1987'속 검사...고증·해석 논란 촉발

영화가 다룬 역사적 사건에 대한 고증과 해석 방식에 대한 토론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 인물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를 갖고 현실 정치 한가운데서 현역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김부겸 장관은 영화 '1987'을 본 뒤 소셜미디어에 "1987년 6월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무리 침착하려 애써도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났다"며 "어느새 30년이 지나 기성세대가 됐고 공직을 맡게 됐다"고 했다.

영화 '1987'의 경우 지난해 19대 대선과 맞물린 제작시기의 정치적 상황이 영화에 반영된 모습도 보인다. 영화는 전반부에서 검사, 의사 등 전문가 집단의 직업윤리에 기반한 양심적 행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대학생 및 시민들이 참여하는 집회 장면의 비중이 늘어나고 마지막에는 서울시청광장 앞 집회현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강조되고 있는 '광장'이 부각된 셈이다.

또 일부 등장인물은 2017년식으로 재해석됐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를 막는 핵심적 역할을 한 최환 당시 검사의 경우는 관객 상당수가 '영화 속 최 검사의 모습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시련을 겪다 현정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복귀한 윤석열 검사가 떠오른다'고 했다. 영화 속의 '최 검사'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부당한 압력에 당당히 맞서다 결국 검찰 옷을 벗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실제 인물인 최환 변호사(74)는 1972년 유신을 전후해 박정희 전 대통령 내각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고 이봉성 변호사의 사위로, 당시 재야운동권에서는 전형적 공안검사로 통했다. 검찰에서는 1999년까지 일했고, 고검장까지 지냈다. 최 변호사는 2000년 총선에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의 후보로 대전 지역에 출마했다가 참여연대 등이 주도한 낙선운동 등으로 인해 낙선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도 이 영화를 본 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는 사실 묘사가 참 잘 됐는데, 나와 극 중 하정우의 캐릭터가 너무 다르다"며 "하정우는 업무 중에 막 술 먹고 발길질도 하는 터프가이로 나오는데, 실제로 난 조용한 사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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