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영화 '1987' 관람..과거에 "노무현 전 대통령, 하루 4번 구속영장 기각" 회고

손제민·김지환 기자 2018. 1. 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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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6월항쟁 촉발한 박종철·이한열 열사 유족들과 함께 관람 · 부산 지역서 노무현 변호사와 6월항쟁 동참한 문 대통령의 이력

문재인 대통령이 7일 1987년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하면서 문 대통령과 6월항쟁의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부산 지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변호사 일을 하던 중 부산 출신 학생운동가 박종철 열사의 사망 소식에 민주화 운동의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2월7일 전국에서 열린 ‘고(故) 박종철군 범국민추도회’에서 연행된 798명 중 연행된 2명이다. 문 대통령은 부산 도심의 사찰 대각사에서 추모제를 개최하려다 경찰과 대치했고 노무현·김광일 변호사 등과 함께 연행돼 50시간 이상 조사 받았다.

조사 과정 내내 묵비권을 행사해 수사당국의 애를 먹인 노 변호사와 달리 문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노무현재단이 ‘노무현사료관’에 게재한 ‘3건의 기록…불의에 저항한 두 사람의 방식’이라는 글에는 당시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경찰 진술조서가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조사에서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라고 생각하고 경찰이 물리적으로 제지한다는 것은 인권보장에 있어서 성의가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당시 변호사의 경찰 진술조서. 출처: 노무현사료관

또 “박군 사건을 참회하여야 하며 개인적인 불행으로 끝내어서는 안되고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이나 민주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이번 추모제는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인데 그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연행돼 조사받는 자체가 불법부당하므로 일체 조사에 응할 수 없다고 버틴 것”이라며 “나는 이것이 후일 정치인이 된 노무현의 원칙주의라고 생각한다”고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의를 위해 자신에게 불리한 길까지 선택하는 것이 그의 원칙주의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그뿐 아니다. 대의를 위한 실천에 있어서도 한계를 두지 않고 철저한 것. 이것이 그의 또 다른 원칙주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하룻밤 사이 4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해 기각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부산 지역을 넘어 전국적 인사로 알려진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노무현 당시 변호사의 경찰 진술조서. 출처: 노무현사료관

자신이 직접 지역의 항쟁 지도부로 참여한 만큼 문 대통령의 6월항쟁에 대한 평가도 남다르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의 운명>에서 “나는 6월항쟁이야말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사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아야 할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4·19나 광주항쟁은 다분히 우발적이거나 자연발생적이었던 측면이 있었던 반면 6월항쟁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한 ‘국본’이란 연대투쟁기구가 결성돼, 그 지휘 하에 직선제 개헌의 목표를 쟁취할 때까지 시종일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운동을 전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 책에서 6월항쟁의 성과를 서울과 민주화운동 주류가 전유한 것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6월항쟁은 전국적으로 전개된 민주화운동이었지만, 나는 그 운동의 중심을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부산에서 제일 먼저 국본을 결성했고, 기간 내내 시위를 가장 치열하게 전개해 타 지역 시위를 촉발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했다.

또 “보다 결정적으로는 명동성당 농성이 해산돼 서울 등 타지역의 시위가 급격히 위축됐을 때 부산에서 가톨릭센터 농성과 함께 더 많은 시민들이 더욱 치열하게 시위를 전개함으로써 항쟁의 불꽃을 되살렸다”며 “그런 점에서 나는 6월항쟁의 역사를 정리하는데 있어 부산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서울지역 중심으로 서술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서울 중심 사고의 산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화 <1987>을 서울 용산에 있는 멀티플렉스인 CGV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영화의 소재가 된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구씨, 이한열 열사의 대학 선배이자 6월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준환 감독, 김윤석·하정우·강동원 씨 등 출연진들과 사전환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도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에 이어 전임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소설가 서유미씨, 시인 신동옥씨, 연출가 윤시중씨, 공연기획가 정유란씨, 문화예술기획 대표 김서령씨, 배우 김규리씨, 음악감독 및 가수 백자씨 등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영화 관람을 한 것은 지난해 8월13일 5월 광주를 다룬 <택시운전사>, 지난해 10월15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미씽: 사라진 여자>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손제민·김지환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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