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영화] '신과함께' 하정우와 최고의 콤비 감독 BEST 3

이상헌 영화 칼럼니스트 입력 2018. 1. 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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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계에서 매주 화제가 되는 주제를 정해 그 주제와 연관된 작품이나 감독, 배우, 장면 등을 중심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BEST 3를 골라 소개합니다.

배우 하정우는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신뢰 받는 남자 배우 중 한 명이다. 이를 증명하듯 하정우는 지난 연말부터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해 쌍끌이 흥행 중인 ‘신과함께-죄와 벌’, ‘1987’의 포스터 모두에 자리하고 있다. 작품의 성공을 흥행에 국한해서 생각한다면,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에 실패한 작품은 손에 꼽는다. 특히 최근 ‘신과함께-죄와 벌’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해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는 천만 이상을 동원한 영화가 두 편(‘암살’, ‘신과함께-죄와 벌’), 그 외 5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도 다섯 편이나 된다(예상컨대 ‘1987’도 500만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

관객들이 하정우와 그가 출연한 작품에 열렬히 반응하는 이유는 그가 보여주는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많을 때는 한 해 동안 네 작품을 개봉시키는 왕성한 활동과 성실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소화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박찬욱, 류승완, 최동훈, 장준환 등 우리나라에서 내로라 하는 감독들은 그를 캐스팅해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 이번 주 ‘BEST 3’에서는 하정우와 함께 작업한 많은 감독들 중에서도 그와 가장 빛나는 시너지를 낸 최고의 콤비 감독 3명을 뽑았다.

#1.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윤종빈 감독

배우 하정우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은 바로 윤종빈이다. 윤종빈 감독이 지금껏 연출한 4편의 장편 영화에서 하정우는 모두 주연을 맡았고, 그 작품들은 하정우가 배우로서 성장한 궤적을 보여주는 증거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독립영화에서 주목 받기 시작해, 이제는 쟁쟁한 배우들 가운데서도 단연 존재감을 발휘하는 그의 모습이 딱 그렇다.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릴 만큼 끈끈한 두 사람의 관계를 두 사람이 학교 선후배 관계라는 사실만으로 설명하기엔 이제 한참 부족해 보인다.

감독 윤종빈과 배우 하정우의 존재를 알린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고발하는 날카로운 작품이다. 하정우는 부대의 군기반장 ‘태정’ 역을 맡았다. 폐쇄적이고 부조리한 군대 시스템에 적응한 ‘평범한’ 인물이지만, 동창이 후임으로 입대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캐릭터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해냈다. 배우 윤계상과 함께 출연한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겉은 럭셔리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사기꾼인 호스트 ‘재현’을 연기했다. 윤종빈의 영화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비스티 보이즈’ 역시 남자의 속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이었고, 거의 막장으로 치닫는 하정우의 캐릭터는 그 대표격이었다.

나란히 470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와 ‘군도: 민란의 시대’는 두 사람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음을 방증하는 작품이다. 이미 출연 작품마다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차고 있던 하정우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대배우 최민식과 연기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어색한 듯 어울리는 사투리 연기로 “살아있네~”라는 유행어를 남기도 했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과소평가됐다고 생각하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하정우는 변함없이 주연을 맡았다. 연기를 위해 삭발도 감행했다. 윤종빈 감독이 장르 영화에 대한 욕심을 가감없이 드러낸 덕분에, 하정우는 영화를 찍는 동안 많은 고생을 했다고.

윤종빈 감독의 다음 작품에는 하정우가 출연하지 않는다. 잠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언젠가 윤종빈 감독의 다른 작품에서 하정우의 모습을 다시 만난다면 관객의 입장으로서 굉장히 반갑지 않을까.

#2. ‘추격자’, ‘황해’ 나홍진 감독

영화 ‘추격자’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김윤석이었지만,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건 다름 아닌 하정우였다.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지영민’을 섬뜩하게 연기해 낸 덕분이다. 관객들로부터 “소름끼친다”는 평가를 받고, 영화 개봉 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여성이 하정우를 보고 고함을 질렀다는 일화를 밝혔을 정도다. 데뷔작부터 대형 사고를 친 나홍진 감독은 이 작품으로 하정우를 단숨에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하정우 ‘먹방짤’을 탄생시킨 ‘황해’는 또 어떤가.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에서도 김윤석과 나란히 호흡을 맞춘 하정우는 의도치 않게 충무로 제일 가는 먹방 연기를 선보였다. 조선족 ‘구남’은 영화 내내 쫓기고, 고통 받는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표류하며 이용 당하는 경계인의 삶을 하정우는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나홍진 감독은 하정우와 함께 찍은 두 작품으로 충무로에서 지독하게 완벽을 추구하는 감독으로 정평이 났다.

#3. ‘국가대표’, ‘신과함께-죄와 벌’ 김용화 감독

 

그동안 소개한 영화들이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들이었다면, 하정우가 김용화 감독과 함께 출연한 영화는 코믹하고,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오! 브라더스’와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는 데 탁월한 재능을 입증한 김용화 감독은 하정우와 만난 첫 작품 ‘국가대표’로 만개한다. 감독은 사람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스키 점프를 소재로, 우리 사회 각지에서 불러모은 루저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멋들어진 스포츠 영화를 만들어냈고, 하정우는 해외로 입양 간 ‘차헌태’ 역할로 관객들의 눈물을 쏙 뺐다. 두 사람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낸 덕분에 ‘국가대표’는 ‘잘 만들어진 대중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무려 848만 관객과 만나 일약 신드롬을 일으켰다.

크게 욕심을 냈던 ‘미스터 고’의 실패로 김용화 감독의 커리어는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다시 하정우와 만난 김용화 감독은 거짓말처럼 홈런을 쳐냈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신과함께’로 다시 만난 두 사람. 두 편으로 나눠진 작품에서 1편에 해당하는 ‘신과함께-죄와 벌’은 개봉한 지 16일만에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탄탄한 원작에 기반한 스토리, 감독과 제작진이 갈고 닦아 만들어낸 완성도 높은 비주얼, 그리고 영화 속 드라마 요소를 극대화한 덕분이다. 하정우는 저승 차사의 리더인 ‘강림’으로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관객들이 거부감 없이 영화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충실히 제 역할을 해낸다.

‘신과함께-죄와 벌’을 잇는 2편은 현재 편집 중이며,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과함께-죄와 벌’, ‘1987’ 등 자신이 주연을 맡은 두 편의 영화가 한 주 차이로 개봉해 노심초사했던 하정우는 두 영화의 쌍끌이 흥행으로 행복한 새해를 맞고 있지 않을까.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에게 주어진 커다란 축복일 것이다.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이상헌 영화 칼럼니스트 2sanghac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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