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논란에 사과문 낸 명성교회, 오히려 논란 커졌다

지유석 2018. 1. 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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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연대 "진정한 사과는 세습 철회", 전국은퇴목사회는 세습 두둔

[오마이뉴스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가 1월1일 낸 사과문. 이 사과문은 세습 반대하는 쪽으로부터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한국기독공보
지난해 말 교회는 물론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새해에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명성교회는 교단지인 <한국기독공보>에 1월1일 김삼환 원로목사, 김하나 담임목사 외 당회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명성교회는 이 사과문에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우리 교회 일로 한국교회와 많은 교우들에게 큰 걱정을 끼쳐 드린 것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교단 총회와 서울동남노회, 그리고 명성교회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서 여러 모양으로 보내주신 질타와 충언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을 담당했던 김아무개 장로를 이선으로 후퇴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해온 이들은 줄곧 세습 철회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명성교회가 낸 사과문엔 김하나 목사 거취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이런 이유로 세습에 반대하는 쪽은 명성교회 사과에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를 위한 신학생 연대'(아래 신학생연대)는 3일 성명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사과는 교단의 헌법을 준수하여 세습을 철회하는 것"이라면서 명성교회의 사과에 "진정성이나 책임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신학생연대는 아래에 비판을 이어 나갔다.

1. 명성교회는 이번 한국기독공보에 실린 사과와는 다르게 세습 반대 활동을 억압해왔습니다. 세습에 반대하는 목사님을 노회에 기소하고, 동남노회 비대위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선교비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노회의 표결권을 가지고 있는 다른 미자립교회에 대한 지원을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명성교회의 돈과 영향력을 앞세워 세습을 관철시키려는 태도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이번 세습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김삼환 원로목사님과 김하나 목사님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두 분은 어디 가시고 장로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려고 하십니까? 희생양을 앞세워 사건을 무마하려는 행태가 세상 정치 권력과 무엇이 다릅니까? 이것이 정녕 교회다운 모습입니까?

신학생연대는 성명을 마무리하면서 말미에 "무책임하고 진정성 없는 행동은 오히려 내부의 파열음만 가속시키고,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키울 뿐"이라며 "명성교회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과는 교단의 헌법을 준수하고 세습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런 와중에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소속 은퇴 목회자들의 모임인 '전국은퇴목사회'(아래 은퇴목사회, 회장 윤두호 목사)가 논란에 가세했다. 

 예장통합 교단의 은퇴 목회자들의 모임인 '전국은퇴목사회는 명성교회 세습을 두둔하고 나섰다.
ⓒ 한국기독공보
은퇴목사회는 <한국기독공보> 1월 6일치에 '전국 교회와 목회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하의 광고를 냈다. 이들은 명성교회를 향해 "김삼환 목사가 이룬 이 신화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아름답게 기억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주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동남노회와 예장합동 총회에 책임 있는 처신을 주문했다.

논란이 이는 대목은 세습 반대를 외치는 신학생, 교수, 목회자를 겨냥해 내놓은 입장이다. 은퇴목사회는 이들을 향해 "비판도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교훈이 되고 유익을 끼치는 방향에서 해야한다. 그런데 집단화하여 비난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목회자들을 향해선 "명성교회 세습을 북한식 세습이라는 식의 비판은 수정되어야 한다"며 "(세습이) 목회현장의 어려움과 임지가 없는 후배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만 입장표명을 지나쳐 집단화하여 교회에 혼란을 주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해당 광고의 취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자 은퇴목사회 윤두호 목사와 접촉했다. 윤 목사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우리 교단이 수년간 내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명성교회 문제로 다시 논란이 일고 있어 교단의 어른이자 선배로서 한 마디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광고를 냈다"고 설명했다. 윤 목사는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미 김하나 목사가 담임목사로 온 만큼 끌어내릴 수는 없지 않은가? 절차상 하자가 있었지만 명성교회가 사과 입장을 낸 만큼 덮어줘야 한다. 감리교단의 경우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교회 물려 받아 목회 잘 한다. 유독 명성교회만 갖고 문제 삼는다. 대형교회라서 돌팔매질 당하는 거다. 본인이 사과한 만큼 용서해줄 줄도 알아야 한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신학생연대의 한 관계자는 "은퇴하신 목회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세습 반대 이유를 확신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과 관련, 총회재판국에 관련 소송이 계류된 상태다. 총회재판국은 오는 16일 노회관계자들을 불러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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