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요금제 이용자 '데이터 갈증', 보편요금제로 풀릴까

김동표 2018. 1.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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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LTE 데이터 월 평균 이용량 6GB
현재 3만원대 요금제 데이터 0.3GB 불과
유럽선 1만5000원대에 데이터 5GB 제공
시민단체 "저가요금제 가입자 홀대…보편요금제 필요"

이동통신소비자의 데이터 갈증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저가요금제 이용자의 경우 사정이 심각하다.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이 6기가바이트(GB)에 이르렀지만, 3만원대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은 300MB에 그친다.

5일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 ·시민단체는 "한국 통신시장이 경쟁없이 고착화되는 사이 외국 통신사들은 더 싼 요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 이통사의 요금제 정책을 비판했다. 이날 단체들의 주장은 보편요금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기됐다.

단체들에 따르면 한국 이통사들은 2만~3만원대 요금제에서 데이터 300MB~1.5GB 수준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Orange)는 9.99유로(약 1만2825원)에 데이터 제공량이 5GB에 달했다. 영국 통신사 EE는 2만8907원에 통화 ·문자 무제한, 데이터 제공량은 3GB다. 속도 등 서비스 품질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저가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터무니 없이 적은 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시중에 나와있는 저가요금제는 가입 조건도 까다롭다. 예컨대 SK텔레콤의 '손누리 1.5G' 요금제는 2만9700원에 데이터 1.5GB다. 청각장애 소비자만 가입할 수 있다. 500MB를 제공하는 1만9800원의 '쿠키즈18' 요금제는 만 12세 이하라는 가입조건이 있다.

2만350원짜리 '스마트 어르신팩'은 300MB를 제공하는데 만 65세 이상 가입할 수 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LTE데이터중심요금제로 3만2890원짜리가 있는데 데이터 제공량은 300MB에 불과하다.

국내 이동통신사의 저가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적어 소비자는 사실상 고가요금제 가입을 강요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참여연대 측은 "SK텔레콤이 출시한 LTE 요금제 95종 중에서 3만원 미만 요금제는 소비자 선택지에서 제외돼 있다"면서 "특정 계층의 요금제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저가요금제는) 몇 종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단말기 구입 시 3만원 미만 요금제로 가입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6.3%에 불과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해외통신사가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해도 속도와 커버리지 등 서비스 품질 면에서 차이가 있고 국내 통신사는 멤버십 등 부가서비스도 많은 편"이라면서 "해외 통신사와 국내 통신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통신 소비자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6GB에 달한다. 저가요금제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보편요금제' 도입 요구로 이어진다.

참여연대는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저가요금제다. 월 2만원에 데이터 1GB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요금제를 의무지정사업자인 SK텔레콤에 출시하도록 해 요금제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이 1GB에 그칠 경우 도입 취지가 퇴보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보편요금제 예시안은 스마트폰 이용자의 평균 사용량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월 2만원에 데이터 제공량은 2GB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보편요금제 도입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시장 상품의 최저가를 임의로 설정하는 것이라 기업의 영업 자율을 침해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또 이통사 수익이 감소하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5G 투자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가요금제가 사업모델인 알뜰폰 업체 역시 존폐 위기를 거론하며 반대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논쟁이 분분하다. 보편요금제는 "사실상 정부의 가격결정이자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반대론과, "이동통신이 필수재화(化)됨에 따라 정부의 개입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찬성론이 맞서고 있다.

한편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는 오는 12일 제6차 회의를 열고 보편요금제를 주제로 논의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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