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조기 영어 교육에 따른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고, 조기 교육의 효과도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상당수 유아 교육 전문가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유아들은 외국어 교육보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놀이 활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병민 교수(서울대 영어교육과)는 "4~5세 때 영어를 접하면 발음이 유창해진다는 연구 등이 있지만 이는 영어권 국가에서 일상적으로 영어를 쓰는 환경을 가정한 것"이라며 "어렸을 때 방과 후 학습 등으로 영어를 배우더라도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워싱턴대는 2016년 진행한 연구에서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를 접하면 뇌의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모국어만 듣고 자란 아이보다 더 발달한다"고 했다. 말문이 트이기 전인 11개월 아이가 영어·스페인어 2개 언어를 듣고 자랐을 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몰입 교육을 통해 모국어처럼 습득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조기 영어 교육의 효과 여부를 떠나 ▲정부가 영어 학습을 중시하는 학부모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 부당하고 ▲특히 사립유치원과 민간 어린이집의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라 방과 후 과정까지 정부가 규제하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조기 교육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이병민 교수도 "실제 학습 효과를 떠나 학부모들이 선택권을 빼앗기다보니 반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당산동에 사는, 네 살 자녀를 둔 심모(32)씨는 "영어 교육 과열을 막으려면 차라리 초등 2학년 이하 영어 과외, 영어 학원, 영어 유치원 등 사교육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는 5일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수업으로 영어 수업 금지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인근 영어 학원이 마감됐다"는 글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