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5km 눈폭풍에도.. 뉴욕시민들 소화전 눈부터 치웠다

2018. 1.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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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막는 불법주차에 無관용을

[동아일보]

폭설에도 선명한 빨간 소화전 4일 강풍과 폭설로 겨울폭풍 경보가 내려진 미국 뉴욕의 한 거리 풍경. 소화전이 있는 곳의 눈이 유난히 잘 치워져 있다. 뉴욕에서는 눈 덮인 거리에서도 소화전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소화전 주변 눈부터 가장 먼저 치운다. 사진 출처 뉴욕시소방국(FDNY)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엔 최고 시속 65km의 강풍을 동반한 눈폭풍이 강타했다. 미 동해안을 따라 ‘괴물 폭풍’이 북상하면서 얼굴에 맞으면 따가울 정도로 세찬 눈바람이 도시를 휩쓸었다. 기온마저 최저 영하 13도까지 떨어져 JFK국제공항이 마비됐다. 15∼25cm의 눈이 쌓인 도심과 주택가 도로는 눈밭으로 바뀌었다.

이날 점심 무렵 맨해튼32가 한인타운 주변. 쌀쌀한 날씨에도 상인들이 비와 삽 등을 들고 나와 거리에 쌓인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내렸지만 도심이나 주택가에 설치된 소화전은 어디서나 또렷하게 보였다. 소화전 주변엔 차량이 주차돼 있지 않은 데다 상인들이 소화전을 덮은 눈부터 치웠기 때문이다.

○ “소화전 주변 눈부터 치워주세요”

소방국 “눈 치워주세요” 트윗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소방국(FDNY)이 트위터 계정에 올린 메시지. 시민들에게 ‘비상시를 위해 소화전 주변 눈을 잘 치워 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다. 트위터 화면 캡처
같은 날 오전 맨해튼 동쪽 루스벨트섬의 메인스트리트 주변에서도 동네 주민과 건물 관리인들이 나와 눈을 치웠다. 이곳의 소화전들도 어디서나 잘 보였다. 이날 눈을 치우고 있던 건물 관리인 킵스 윌리엄스 씨는 “눈을 치울 때 소화전 위에 쌓인 눈부터 치운다”며 “소화전이 눈에 파묻히면 사람들이 모르고 주변에 주차를 할 수 있고 소방관들이 필요할 때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시소방국(FDNY)은 이날 겨울폭풍 경보가 내리자 트위터 계정에 “뉴욕 시민들이나 상인들은 비상시에 소방관들이 소화전을 잘 볼 수 있게 주변 눈을 치워 달라”는 알림 메시지를 여러 차례 올렸다. FDNY는 또 “소화전을 찾고 물을 확보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면 소방관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생명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호소하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웃을 위한 배려의 시민정신은 화재 순간에 빛을 발한다. 지역언론 NY1에 따르면 뉴욕주 로체스터 소방관들은 3일 스펜서가 주택 화재에서 소화전 주변의 눈을 치워놓은 시민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바트 조지프 로체스터소방국 부국장은 “운이 좋게도 누군가가 소화전 주변을 말끔히 치워놓았다”며 고마워했다. 로체스터시 등 일부 지자체는 시민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게 소화전 위치를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 겨울에 방치된 소화전은 시한폭탄

850만 명이 살고 있는 뉴욕시에선 연간 발생하는 화재의 3분의 1이 12월, 1월, 2월 석 달간 일어난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 난방기 과열 등으로 불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건물이 밀집한 뉴욕에선 소화전이 화재 진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지난해 12월 28일 뉴욕 브롱크스에서 27년 만에 최악의 아파트 화재가 일어나 12명이 사망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소방관들이 911신고를 받고 현장에 3분 만에 출동했지만 소화전이 얼어붙어 시간을 지체했다. 얼지 않은 소화전을 찾아 소방호스를 연결하느라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은 겨울철에 도심 소화전 관리에 신경을 쓴다. 소화전에 물이 많이 고여 있거나 눈이 덮고 있으면 쉽게 얼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소화전을 소방관이 일일이 관리하는 건 쉽지 않다.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의 소방관들은 겨울엔 800개의 시내 소화전을 관리하느라 외근하는 경우가 잦다. 토드 헤크먼 윌리엄스포트 소방국장은 지역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소화전이 꽁꽁 얼어 열리지 않으면 다른 소화전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며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도움을 요청했다.

○ ‘15피트 룰’ 어기면 견인과 115달러 벌금

뉴욕시에 처음 소화전이 등장한 건 1808년. 시 전역에 11만 개의 소화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화전 앞 좌우 15피트(약 5m) 내에는 차를 주차할 수 없다. 연석에 빨간 페인트를 칠해 주차할 수 없는 곳이라는 걸 알린다. 빨간 페인트가 없거나 지워져도 15피트 룰은 적용된다. 15피트 룰이 얼마나 엄격한지 극단적인 경우 일부 운전자는 벌금을 물지 않기 위해 줄자를 갖고 다니며 ‘빨간 페인트’가 지워진 곳에선 소화전과의 거리를 직접 재기도 한다.

예외적인 상황은 주간에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있고 즉시 출발할 수 있을 때뿐이다. 야간에는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 규정을 어기면 차량이 견인되고 115달러(약 12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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