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로 사교육·교육 격차 부채질하나

2018. 1. 6.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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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교육부의 행태가 볼썽사납다. 어린이집 영어 특별활동 수업 금지를 놓고서다. 교육부가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 방과후 수업이 전면 금지되는 만큼 어린이집도 금지해 달라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요청하자 보육계와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여론 수렴도 거치지 않은 갑작스러운 통보도 문제지만 사교육시장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와 교육 격차만 커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 방과후 수업 금지는 2014년 마련된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른 조치다. 문제는 어린이집은 선행학습금지법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유아복지법 적용을 받는 어린이집의 경우 영어 특활 수업을 못하게 할 법적 근거가 없다. 더군다나 이 법 시행규칙은 어린이집이 외국어 특활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어린이집 영어 수업을 금지하려면 이 규칙부터 개정하는 게 순서란 얘기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새 학기 일정에 맞춰 밀어붙일 기세다. 우물에 가 숭늉 찾는 격이다.

현장의 수요를 외면하는 일률적 규제도 문제다.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존재하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부모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무턱대고 어린이집 영어 수업을 금지하면 학원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가정형편에 따른 교육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선행학습금지법을 마련하고도 초등학교 1, 2학년의 영어 방과후 수업 금지에 3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어린이집 영어 수업 금지도 일단 유예하고 현장의 목소리부터 점검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라고 본다. 어린이집 특활 프로그램은 통상 학부모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가 정한다. 영어 특활 수업을 학부모가 선택하도록 자율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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