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비하' 과자 업체, '3년 전 비난 댓글'에 손배소
[경향신문] ㆍ기소유예 받은 누리꾼에 ‘수백만원 + 소송비용 내라’ 민사소송
ㆍ지난해 제기한 소송에선 “소송비용 98%는 업체가 내라” 판결
2013년 7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포장재를 사용해 논란이 됐던 한 과자 업체가 이를 비난하는 댓글을 단 누리꾼들을 무더기로 고소한 데 이어 수백만원대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초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석모씨(57)는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았다. 충남 천안의 한 호두과자 업체를 운영하는 ㄱ씨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소장이다. 여기에는 석씨를 포함해 3명에게 각 300만~400만원과 소송비용 등을 부담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2014년 11월 석씨는 ‘이 업체가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포장재를 사용한 사실을 비난한 누리꾼 백수십명을 고소했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업체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다른 누리꾼들과 함께 모욕죄 등으로 고소당했다. 석씨가 댓글을 달기 1년여 전 이 업체는 노 전 대통령의 얼굴에 코알라를 합성한 도장이 찍힌 상자에 호두과자를 담아 일부 고객들에게 제공해 논란이 됐다. 이 상자에는 ‘중력의 맛 고노무 호두과자’ ‘추락주의’ 등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하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고소를 당한 사람 중 상당수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석씨 등 일부는 기소유예, 약식기소 등의 처분을 받았다. 그는 “다 끝난 줄로 알았던 3년도 더 된 일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됐다”며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소장에서 “일베(보수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이 보내온 박스와 스탬프 10개를 받고, 요청하는 일베 회원 6명에 한해 보내준 것뿐이며 이를 직접 만들거나 기획한 사실이 없다”면서 “피고들은 원고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해 모욕하였고 이로 인해 제과점 운영을 정상적으로 할 수도 없어 피고들은 이를 금전적으로 물어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석씨와 같은 이유로 이미 여러 명이 민변 인권변론센터의 상담을 받았다. 센터 소속 서채완 변호사는 “업체 측에서 기소유예 처분 등을 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상 민사소송에서 댓글을 단 사람들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업체 측이 청구한 액수만큼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지난해 중순 또 다른 누리꾼들을 상대로도 각 500만원가량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청구액의 1%인 5만원씩만 누리꾼들이 업체에 물어주고, 소송비용 중 98%는 업체 측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변호사 비용을 고려하면 업체 측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서 변호사는 “누리꾼들의 잘못은 인정되나 업체 측이 과도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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