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당은 '1987', 한국당은 '강철비'..반복되는 '영화 정치'

김경희 2018. 1. 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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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의 포스터.
연말연초 스크린을 달군 두 영화 ‘1987’과 ‘강철비’가 정치권에서도 화제다. 여권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에선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낸 6월 항쟁과 그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영화화한 '1987'을 앞다퉈 관람하고 있다. 반면 보수진영은 북한 요원과 남한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힘을 합해 핵전쟁을 막으려 한다는 내용의 '강철비'를 통해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한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9일 오후 여의도 CGV에서 '1987'을 단체 관람할 예정이다. 당초 영화 개봉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관람하려다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개최 문제를 놓고 자유한국당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계획을 취소했다. 하지만 영화가 흥행하면서 다시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화관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과 영화 1987을 관람하기 전 기념 촬영 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연합뉴스]

그 사이 문재인 정부 내각에 선수를 뺏기긴 했다. 지난달 28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이 함께 '1987'을 관람해 관심을 끌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극장에서 '1987'을 관람하기 전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2일에는 정의당, 3일에는 국민의당 지도부가 극장에서 단체관람을 했다. 6일에는 강기정 전 민주당 의원, 민형배 광산구청장, 최영호 남구청장 등 6ㆍ13 지방선거 광주시장 출마 예정자들도 사이좋게 이 영화를 본다.

'1987'이 진보진영에서 더 호응을 얻는 이유는 민주화 운동에 직접 뛰어들었던 인사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의 최대 이슈가 개헌인 상황에서 시민들의 힘으로 쟁취한 직선제 개헌의 의미를 한 번 더 되새겨본다는 의미도 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도 이 영화를 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영화 '강철비'
보수진영은 '1987' 관람에는 소극적이지만 북한 급변사태를 다룬 '강철비'를 ‘안보 영화’라 치켜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29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1987'에 대해 “그런 영화도 있느냐”며 “나중에 한 번 보겠다”는 정도의 반응만 보였다. 대신 '강철비'에 대해선 “(설 연휴에) 보겠다. 남북관계에 상당히 의미 있다며 꼭 보라고 추천하더라”고 했다.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철비' 상영회를 열 예정이다. 상영회엔 양우석 감독도 참석한다.

한국당이 '강철비'에 이처럼 호응을 보이는 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남북한 간 핵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영화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영화 '강철비'는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넘어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북핵에 관해선 냉철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좌파 상업주의가 대부분인 최근 한국 영화계 경향과 달리 균형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홍 대표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 강효상 대표 비서실장은 “남한의 안보를 위해 전술핵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영화”라며 “‘변호인’이라는 노무현 대통령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의 영화인데도 그렇다”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영화 소비가 지나치게 진영논리에 휩싸이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철비'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를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영화 그 자체로만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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