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빨청춘 vs 틀딱노인..누가 '세대 갈등' 만드나

김규식 2018. 1. 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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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은 유례없는 세대 갈등을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을 때, 바로 옆 대한문 앞에서는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가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노동 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교묘한 프레임을 설정했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은 분노의 역류에 휩싸여 영어의 몸으로 전락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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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게임 / 전상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1만4000원
지난해 한국은 유례없는 세대 갈등을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을 때, 바로 옆 대한문 앞에서는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가 열렸다. 물론 집회 규모는 비교할 수 없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60·70대 노년층이 많았지만, 촛불집회는 마치 태극기집회의 여집합 같았다.

노인들은 한국 사회에서 왕따였다. 그들을 비하하는 '틀딱(틀니를 사용하는 노인을 비하하는 은어)' 같은 말들이 험하게 퍼져 나간 것도 이때였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어머니인 노인들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세대 게임'을 펴내면서 이 같은 갈등의 이면을 짚어낸다. 세대 게임은 한마디로 사람들이 세대에 주목하도록 프레임을 짜고 전략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전 교수는 세대 갈등을 부추겨 누군가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한다.

논리는 간단하다. 한국에서는 노인과 청년 모두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9.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2.6%인 것을 감안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청년들의 불행은 거세된 희망에서 비롯한다. 청년은 더 이상 혁신과 도전의 주체가 아니다. '수저 계급론'을 퍼나르며 자포자기하고 의존적이며 무기력하다. 노인이 청년을 착취한다고 보기엔 둘 다 어려운 상황이다. 갈등 속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군가의 편을 든다면서 위로하는 정치인과 일부 지식인뿐이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는데 누군가를 왕따로 만들어 지지층의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다. 마치 히틀러가 유대인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며 독일 국민의 결집을 도모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비근한 사례로는 청년 일자리 갈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노동 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교묘한 프레임을 설정했다. 정규직 기성세대와 비정규직 청년이라는 이분법이 그것이다. 그는 기성세대가 노조를 방패막이 삼아 안주하면서 청년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극단적 세대 갈등으로 이어졌다. 노조 카르텔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세대 게임으로 몰고 가면서 청년의 분노만 일으켰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은 분노의 역류에 휩싸여 영어의 몸으로 전락했지만 말이다.

전 교수는 저서에서 누군가 설정한 '세대 게임'에 뛰어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분노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진짜 웃는 사람은 따로 있다. 촛불과 태극기의 갈등 끝에 정권은 바뀌었다. 분노의 에너지를 이제는 화합과 상생으로 돌려야 한다. 또 다른 세대 게임을 누군가 만드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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