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탄생 30년 ⑨] '강남 집부자'에 공무원 수두룩한데..이해충돌 막을 방법은?
‘형평성’ 따지면 ‘향피제’도 어려워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정부가 강력한 투기 억제의지를 드높일 때마다 그 실현 가능성에 늘 물음표가 달린다. 정책을 입안하고 기획하는 고위공직자들의 상당수가 다주택자인데다, 대부분은 서울 강남권에 터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은 1급 이상 공직자 655명의 재산등록 자료를 조사한 결과 41.9%(275명)가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 집이 있는 사람은 111명이나 됐다. 이들이 보유한 강남권 주택만 166채에 달했다. 국토교통부 소속 고위공무원 가운데 다주택자 비율은 59.4%로 모든 부처 가운데 3번째로 높다. 투기와 전쟁이 강남 집부자 공무원들의 ‘눈가리고 아웅’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로선 집값 정책 기획ㆍ입안자의 사익과 공무가 충돌할 때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 쉽게 말해 강남 땅부자, 집부자라고 해서 공직 진출과 승진에 제한을 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인사의 기본인 공정성과 중립성에 따라 각 부처에서 인사시 평가할 부분”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주식은 현행 백지신탁을 통해 이해충돌을 막고 있다. 부동산은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부동산을 백지신탁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정치권이 미적대는 것도 이유가 있지만, 백지신탁이라는 제도의 특성상 부동산 자산을 포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백지신탁은 수탁자와 신탁자 간 관계를 모르게 하는 것”이라며 “주식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유사종목으로 환산이 되지만 부동산은 익명성 보장이 어렵고 수탁 부동산을 다른 부동산으로 바꾸는 것도 힘들어 애당초 백지신탁 대상이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때문에 윤 교수는 “대규모 부동산 자산이 있는 공직자가 그 부동산과 이해충돌이 있는 업무를 볼 수 없게 제한하거나 업무를 공개하는 등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남권에 고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거나 일정 규모 이상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다면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 못하게 원천봉쇄하는 방안 역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앞서 경찰은 2000년을 전후해 경찰과 지역유지간 유착고리를 막겠다며 ‘향피’(鄕避)제도를 시행했다. 도입초기 경찰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시행과정에서 크고작은 마찰음을 내며 결국엔 유야무야됐다.
윤은기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규모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공직자가 본인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거나 불리한 정책은 도입하지 않는 ‘화이트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직자윤리법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했다면 국토부 등 해당 분야 정책에 관여하는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로 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정 지역 혹은 특정 형태의 자산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제한을 두기 쉽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강남에 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죄인 취급할 순 없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이 사익을 추구하는게 문제라면 특정지역의 부동산에만 몰입된 방지책이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향피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신 “청탁금지법 입법과정에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법제화된다면 공무원의 사익추구로 인한 공익 훼손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익과 공익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관료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재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공직자는 자기가 만든 정책이 잘못됐다고 해서 옷을 벗거나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정책 결정을 투명하게 하고 책임을 지게 하도록 관료시스템과 임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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